(2023년 02월 05일)
(2023년 02월 05일)
지난 주에는 얼굴을 뵌지가 10년, 목소리를 들은지도 10년이 더 된 교수님과 통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영시를 공부했던 대학원 시절의 저의 지도교수님입니다. 군대에서 제대한 후 어느 날 수업을 마치고 교수님과 함께 벚꽃 향기 흐르는 동산에 앉았습니다. 마침 존 던과 조지 허버트 같은 신앙시를 공부하던 시기라 그들의 시 세계에 대해 몇 말씀 나눈 후에 교수님은 자신이 최근에 신앙을 가지게 되었노라고 고백했습니다. 늘 이성적이고 이지적으로 보이신 교수님이 예수님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말씀에, 저는 땅 위의 순례자의 삶에 든든한 후원자를 만난 듯한 기쁜 마음이 들었습니다. 교수님은 그 후 성경공부를 인도하면서 많은 젊은이를 주님께로 인도하셨고, 주위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주님의 사랑을 나누곤 하셨습니다. 제가 신학교에 입학할 때 장학금을 주시면서 누구보다 기뻐하기도 하셨습니다. 교수님은 최근에 고등학교 동창 신우회 그룹 대화 공간에서 누군가 들어보라고 올린 설교를 듣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바로 당신의 제자였던 제 설교였기 때문입니다. 한국에 오면 신우회 모임에 당장 예배를 인도해 달라는 부탁을 하시기에 당연히 좋다고 말씀 드렸는데, 전화 중에 미안해 하시며 말씀하셨습니다. “목사님이 얼마나 바쁜 분인지 잘 아는데 너무 성급하게 부탁해서 미안해요. 목사님, 중요한 일 잘 보시고 이전처럼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에 모든 부탁 다 맡지 마시고 시간과 건강 관리를 잘 하세요.” 사랑하는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마음처럼 따스하게 들려오는 교수님의 한 마디에 나 자신을 더욱 소중히 여겨야겠다는 묵직한 책임을 심어 주었습니다. 베르톨트 브레히트가 쓴 시 가운데 읽을수록 가슴에 다가오는 “아침 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라는 짧은 시가 있습니다. 브레히트는 독일 바이에른 지방에서 태어나 의학을 공부했지만 훗날 글을 통해 우리에게 이름이 알려진 시인입니다. 처음에는 편지로 쓴 글을 나중에 시처럼 배열한 것인데, 어느 시보다 우리 가슴 깊이 내려 앉는 글입니다. 아침 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말했다 “당신이 필요해요.” 그래서 나는 정신을 차리고 길을 걷는다 빗방울까지도 두려워하면서 그것에 맞아 살해되어서는 안 되겠기에. 늘 죄송한 마음으로 주님 앞에 살아가는 우리를 향해 예수님이 말씀하십니다. 너는 특별한 존재란다. 나에게 너무나 소중하단다. 나는 네가 필요하단다. 주님이 나를 필요로 하신다면 우리는 매일 정신을 차리고 말하고 행동해야겠습니다. 부족함과 허물 투성이지만 주님이 그토록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우리 자신을 좀더 소중히 여겨야겠습니다. 이 사실을 아침 저녁에 가슴에 새겨야겠습니다.
여러분의 목사 류응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