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스러운 부활절에 목회 11년차를 시작하며

(2023년 04월 09일)

제 생애 가장 감사했던 순간과 심장이 타올랐던 때가 있습니다.
십자가의 주님을 처음 만났을 때는 용서 받은 자의 감사의 고백이 흘러넘쳤고,
부활하신 주님을 만났을 때는 영원한 생명의 기쁨이 넘쳤던 순간도 있습니다.


예수님이 부활하심으로 나의 영원한 구원자가 되셨다는 그 놀라운 사실,
아무런 자격이 없는 나 자신이 그 사랑을 받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제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해석도 달라졌습니다.


거울 앞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었고,
하나님이 만드신 만물과 하나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사람들,
삶의 순간 순간이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이요 노래처럼 다가왔습니다.


부활은 신앙의 삶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기준점과 같은 것입니다.
망망한 인생 바다에서 소망을 발견하게 하는 등대 같은 존재,
땅 위에 발을 디디고 서 있지만 하늘을 향해 걸어가게 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부활의 권능을 생각하면 어떤 상황에도 다시 일어날 힘을 얻습니다.
부활의 소망이 있는 사람은 인생의 절벽이나 눈물의 골짜기 앞에서도
주어진 삶에 담담하게 감사하며 기쁨의 노래를 부르게 합니다.


이번 부활절은 저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 교회에서 목회를 시작한 지가 11년이 시작되는 날입니다.
10년 교수생활도 행복했지만, 목회자의 삶은 비교할 수 없는 행복입니다.


아름답게 삶을 마친 어르신들을 주님의 품에 보내는 아픔도 겪었고,
아직 채 피어나지 못한 젊은이를 먼저 보내는 아픔도 있었습니다.
흐르는 눈물 속에서도 낙심이 아니라 부활의 소망에 감사할 수 있었습니다.


새카만 머리카락이 세월의 흐름을 따라 흰 머리카락이 늘어나도 참 좋습니다.
워싱턴의 바람과 하늘이 포근한 고향 같이 다가오는 것이 좋습니다.
주님께서 섬기도록 부탁하신 우리 성도님 한 분 한 분이 너무나 좋습니다.


영광스러운 주님의 부활절에 여러분을 축복하며 마음으로 사랑합니다.

여러분의 목사 류응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