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 아침에

(2023년 9월 24일)

서늘한 가을 아침입니다. 온 낮을 울어대던 매미 소리도 사라지고 한낮의 뜨거운 햇살도 잦아든 상쾌한 아침입니다. 가을은 모든 것을 성숙하게 하는 계절입니다. 푸르던 산천이 아름다운 형형색깔로 바뀌게 될 것이고 무성했던 수풀은 서서히 단풍으로 물들어 갈 것입니다. 여름을 인내한 포도밭에는 익어가는 포도의 향기가 더할 것입니다. 가을은 힘을 다해 긴급하게 쏟아내는 포르티시모의 음율을 지나 호흡을 가다듬게 하는 피아니시모의 단정한 자세를 품게 합니다. 신앙의 세계에도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들여다 보게 하는 쉼표와 같은 가을이 필요합니다. 
 
모든 사람은 성공을 좋아하지만, 신앙의 사람들이 추구해야 하는 삶은 성숙입니다. 성공이 끊임없이 위로 올라가는 삶이라면 성숙은 묵묵하게 아래로 내려가는 삶입니다. 성공이 비교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달려가는 삶이라면 성숙은 하나님 앞에 자신을 깊이 관조하며 다듬어 가는 삶입니다. 성공은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지만, 성숙은 타인의 아픔을 배려합니다. 성공은 외면의 화려함에 만족하지만, 성숙은 내면의 정결함을 더 소중히 여깁니다. 깊어가는 가을에 우리 영혼이 성숙의 향기로 물들기를 바랍니다. 예수 그리스도로 우리 영혼을 적시고 주님의 성품으로 하늘의 선율을 배우기를 바랍니다. 우리 삶의 진정한 마에스트로가 되시는 주님의 손에 인생의 지휘봉을 올려 드리고 주님이 탄생시키는 명품인생으로 빚어지길 바랍니다. 
 
성숙의 샘물을 어디에서 찾을까요? 하나님의 말씀은 영혼을 깨우는 구원의 말씀일 뿐 아니라 하나님의 마음을 깨닫게 하는 최상의 선생입니다. 말씀의 거울 앞에 자신을 들여다 보면 세상의 소리가 사라지고 하나님의 마음이 보입니다. 그 말씀은 자신을 정확하게 해부하여 창조주 앞에 있는 모습 그대로 서게 합니다. 그때 진정한 자신을 깨닫고 그때 새로움을 향한 출발선에 서게 됩니다. 성숙의 생명수는 기도를 통해서도 공급됩니다. 기도는 자신의 불순물을 제거하고 하늘을 향한 창문을 깨끗하게 닦아주는 비결입니다. 

가을날 아침을 맞이할 때마다 인간의 근원적인 고독함 앞에서 영원의 소망이 되시는 주님과 깊이 교제하기를 바랍니다. 사라져가는 세상의 흐름 앞에 변함없는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며 주님을 소중하게 품는 삶이 되기를 바랍니다. 높아가는 가을 하늘 바라볼 때마다 간구하면 좋겠습니다. 내가 사라질수록 주님이 살아나신다면 주님, 부디 나라는 존재는 흔적도 없어지고 주님만 나타나기를 열망합니다. 가을날 주님의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 아름다운 당신의 향기를 흘려 보내는 삶이 되게 하소서. 

여러분의 목사 류응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