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 칼럼
(2023년 12월 3일)
어제 아침에는 안개가 대지 위로 곱게 내렸습니다. 교회 연못가에 고요히 내린 안개를 보며 거닐다 보니 깨어나는 아침을 따라 서서히 숲속의 나무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헤르만 헤세는 “안개 속에서”라는 시에서 인생을 안개 속을 걷는 것에 비유합니다. 삶이란 안개 속을 거니는 것처럼 서로를 알지 못하고 혼자 걷는 길이라는 시인의 말에서 평생 고독한 영혼으로 살아간 그의 삶을 보여줍니다. 시인의 말처럼 지상의 삶이란 안개 속을 거니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내일이 보이지 않는 삶, 무엇을 향해 땀을 흘려야 할지 모르는 삶으로 고뇌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에게 삶이란 전혀 다른 세계를 보여줍니다. 순간마다 하나님이 만드신 창조의 아름다움을 호흡하며, 하나님이 맡겨주신 사명을 위해 달려가는 의미 있는 충만한 삶, 우리를 기다리는 주님을 향해 한 걸음씩 걸어가는 소풍 같은 삶입니다. 오늘도 안개 짙은 삶의 연속일지라도 빛을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진정한 빛 되신 예수님으로 인하여 어둠 속에서도 노래하는 사람들입니다. 마지막 남아 있는 한 장의 달력은 겨울이 내리는 12월을 알려줍니다. 흔히 시련과 고난을 겨울에 비유합니다. 그러나 겨울이 주는 의미를 깊이 돌아보면 새롭게 보이는 것이 있습니다. 겨울에 부는 바람이 세찰수록 이듬해 봄의 나뭇잎은 더욱 푸르고, 겨울 산에 내리는 눈이 두터울수록 봄이 찾아온 계곡물은 더욱 힘찹니다. 인생의 고난을 경험하지 못한다면 뜨거운 햇살을 인내한 열매의 풍성함도 느낄 수 없을 것입니다. 겨울이라는 계절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 많은 삶의 가르침과 아름다움을 놓쳐버릴 것입니다. 이토록 겨울의 소중함을 깨달은 사람은 세찬 바람과 흩날리는 눈발 앞에서도 따스한 봄의 노래를 부를 수 있습니다. 올해 겨울은 희망의 깃털을 저 하늘 위로 마음껏 날리며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조금 지나면 거리마다 울려 퍼질 성탄절 캐롤처럼 우리 마음에 주님으로 탄생하신 예수님과 함께 연약한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따스한 겨울이 되면 좋겠습니다. 안개 같은 삶에 방황하는 주변의 사람들에게 길이 되신 예수님을 소개하여 한 인생이 변화되는 위대한 기쁨을 맛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겨울은 예수님의 사랑을 묵상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입니다. 차가운 세상에 생명의 햇살로 찾아오신 분이 주님이시기 때문입니다. 겨울은 예수님의 사랑을 나누기에도 가장 좋은 시간입니다. 낙엽이 지나간 자리에 눈이 쌓이면 누구나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 때문이며, 사람에게는 예수님만이 채울 수 있는 비어 있는 방이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올해 겨울이 우리 생에 가장 행복하고 의미 있는 계절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찬 바람 부는 언덕에 서 있어도 봄꽃 향기를 맡으며 주님이 주신 아름다운 세상을 노래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목사 류응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