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 칼럼
(2023년 12월 10일)
좋아하는 음식을 물어보면 ‘무엇이든 좋아합니다.’라고 대답하지만, 가끔 꼭 표현을 해야 한다면 콩나물 국밥을 좋아한다고 말합니다. 기억에 남는 콩나물 국밥을 처음 먹어본 것은 전주에 있는 왱이 콩나물 국밥집이었습니다. 이틀 일정으로 한일장신대학교에서 열린 학회에서 논문을 발표하고 다음 날 새벽에 정장복 총장님이 교수들과 함께 특미를 대접하겠다고 간 곳입니다. 적절하게 따스한 국물에 아삭아삭한 콩나물을 집어 넣고 간소한 김치와 함께 먹는 콩나물 국밥, 그 한 그릇을 먹는 순간 어떻게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식당 사장이 저희 일행을 안채로 초청해서 자신의 사업 철학에 대해 설명하는데 깊은 신앙이 스며있는 그의 고백에 국밥의 향기가 더욱 깊게 남았습니다. 훗날 전라도 지역에 사역을 가면 으레 전주에 들러 콩나물 국밥을 한 그릇 먹고 돌아오곤 하였습니다. 한번은 전주 한 교회에서 집회를 인도하러 가는 길에 일찌감치 왱이집에 들러 먼저 먹고 집회 후에 푸짐하게 차려 놓은 한정식을 제대로 먹지 못한 일도 있었습니다. 이전에는 5천원이었는데 그때는 500원이 올라 5,500원이었습니다. 요즘처럼 날씨가 추워지면 가끔 콩나물 국밥이 떠오릅니다. 담백하고 따스한 국물을 먹으면서 아삭아삭한 콩나물을 씹던 기억을 떠올리면 참 행복해집니다. 인심이 후한 한국 식당에서는 콩나물이 더 필요하면 마음껏 가져가도록 준비해 놓기 때문에 콩나물 국밥집에 들어서는 순간 마음도 푸근해집니다. 국밥 한 그릇을 앞에 놓고 수저를 드는 사람은 한결 같이 표정이 밝습니다. 밤새도록 일을 마치고 돌아온 사람들은 따스한 국물을 마시며 피로를 풉니다. 아침 일찍 일을 나서는 사람도 국밥 한 그릇 먹고 나면 하루를 이겨낼 힘을 얻습니다. 가끔 새벽기도를 마치고 단체로 들어서는 분들을 만나면 어찌나 반갑던지 한번은 기도하는 분들을 보면서 살짝 값을 치르고 나온 적이 있었는데 별것 아니지만 제 마음은 기쁨으로 차 올랐습니다. 콩나물 국밥은 평범한 사람들의 얼굴을 행복하게 만드는 보약입니다. 차가운 세상에 소소한 즐거움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따스한 마음과 정이 어떤지를 보여주는 한국인의 인심입니다. 떠올리기만 해도 미소짓게 하는 콩나물 국밥처럼 우리의 삶이 누군가에게 따스하고 행복한 존재로 기억된다면 좋겠습니다. 그를 생각하면 요동치는 세상에 평강의 강이 흐르고 분주한 삶에 쉼표를 발견하는 그런 존재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잠시 눈 감고 콩나물 국밥 한 그릇을 떠올리니 예수님이 스쳐갑니다. 예수님 곁에는 언제나 국밥같은 따스한 온기가 흐릅니다. 눈물젖은 마음으로 주님을 바라보면 주님은 그 포근한 가슴을 열고 우리를 맞이해 주십니다. 은혜와 긍휼이 넘치는 주님의 날개 아래서 쉼을 얻고, 오직 사랑으로 속삭이는 주님의 음성에 위안을 얻습니다. 참 좋으신 우리 주님, 그래서 저는 당신이 참 좋습니다.
여러분의 목사 류응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