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의 모습을 보여주신 이원상 선생님 – 이상규 교수

제가 이 목사님을 처음 뵙게 된 것은 1965년, 대구 근교의 메노나이트 중학교 2학년 때였습니다. 메노나이트중고등학교는 한국전쟁 후 고아나 극빈자들에게도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미국의 메노나이트교회가 설립한 중등학교였습니다. 전교생이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하는 생활공동체이자 함께 예배드리는 신앙공동체였습니다. 1965년에 새로 부임하신 이원상 선생님을 만난 후 50여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선생님에 대한 기억은 잊혀지지 않는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다른 선생님 보다 약간 체격이 크셨고 늘 골덴 양복을 입고 다니시던 검소한 모습도 인상적이셨지만 자애롭고 인자하신 선생님이셨습니다. 사회과목과 영어를 가르치셨는데, 어린 우리가 볼 때도 매우 인격적이셨고 인자하셨습니다. 큰소리치는 일도 없었고 화내시는 일도 없었습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체벌이 심했지만 이원상 선생님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수업 시간에도 학습 과제에 충실하셨고 다른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는 일이 없으셨습니다

그 때 학교에는 매일 아침 예배를 드리고 수업을 시작했는데, 이 선생님께서 설교하시던 모습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예화를 들거나 일부러 웃기려 하지도 않으셨고, 그저 성경말씀만 진지하게 설교하셨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선생님이 1967년 학교를 떠나신 후 오랫동안 뵙지 못했지만 나중에 그가 미국에서 존경받는 목회자가 되셨다는 소식을 듣고, 그분의 외식 없는 진실하고 성실한 삶의 여정을 생각하면 교회부흥은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이 목사님을 다시 만난 것은 2001년 4월이었습니다. 한국에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동문인 이석근 목사와 같이 선생님을 만나기 위해 동대구역으로 갔습니다. 25년 만에 다시 뵙게 된 것입니다. 그날 우리는 선생님을 모시고 경산으로 가서 폐허가 된 메노나이트학교 건물을 둘러보았고, 특히 이 목사님이 전도사로 일했던 평산교회를 방문했습니다. 교회당 건물은 그 때 그대로였습니다. 선생님도 25년 만에 처음 와 본다며 감격해 하셨습니다.

환자가 좋은 의사를 만나는 것이 축복이듯이 좋은 은사를 만난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저는 이원상 선생님에게서 스승의 모범과 목회자의 심정을 배웠습니다. 여전히 부족하지만 고신대에서 교수로 섬기며 오늘에 이른 것도 이원상 선생님 같은 훌륭한 스승을 만난 덕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