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와 같은 짧은 인생을 살면서 그 가운데 잊어버리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잊으려 해도 잊지 못할 사람들이 있습니다. 60여 년의 제 삶의 여정에서 두고두고 잊지 못할 분 중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분이 이원상 목사님입니다.
처음 이 목사님을 만났을 때가 1982년이었습니다. 그 당시 저는 워싱턴 한인 침례교회에서 목회를 하였습니다. 오래 전부터 잘 아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평소부터 이 목사님을 존경하고 좋아했기 때문에 28세 나이에 담임목사로 취임하면서 이 목사님께 취임예배 설교를 부탁했던 것이 돌아가실 때까지 이어진 35년의 긴 인연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저에게는 자상한 형님 같기도 하셨고 조용한 친한 친구 같기도 하셨습니다. 어떤 때는 서로의 목회를 돌아보며 새로운 발전을 위해 늘 서로 격려하고 아끼는 동역자이기도 했습니다.
젊은 나이에 오래된 전통을 가진 교회에서 담임목사로 목회를 시작하는 것이 불쌍하셨는지 늘 옆에서 저를 챙겨 주시곤 했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만 하더라도 이민교회 역사가 그리 오래지 않아서 떠나온 고향의 교회를 그리워하듯이 미국에 살면서도 여전히 한국 문화에 젖어 살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런 분위기에서 미국에서 자란 제가 목사님과 나이 차이는 많아도 문화의 차이를 못 느끼셨는지 서로 대화가 통해 만나면 늘 신나게 떠들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물론 대부분 떠드는 것은 저였고 말없이 듣고 계신 분은 이 목사님이었지만 지금도 그때가 그립습니다.
그런 우리의 관계는 평생 지속되었습니다. 제가 섬기던 교회가 마침내 예배당을 건축하고 입당예배를 드릴 때도 목사님을 모시게 되었고, 그 후 그 교회를 사임하면서 가진 송별예배에도 설교를 해주셨을 만큼 친한 관계가 되었습니다. 또한 오랫동안 같은 지역에서 목회를 했을 뿐만 아니라 선교에 대한 열정도 공유했기에 많은 일을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워낙 조용하신 분이기에 평소 많은 말씀을 하시지는 않았지만, 목사님이 저를 지지한다는 것을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습니다. 목사님은 의리를 지키는 좋은 친구였습니다. 나를 믿어주는 친구가 절실하게 필요할 때 그분은 그런 친구가 되어 주셨습니다.
저는 그런 목사님을 평생 옆에서 보고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주신 하나님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제 곁에서 한결같은 모습으로 대해 주신 이원상 목사님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