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유, 기도, 견실, 신실, 그리고 겸손. 모든 면에서 탁월함을 추구하는 자, 깊고 깊게 예수님을 사랑하는 자, 그리스도를 닮은 자. 이러한 표현은 오늘밤 이 자리에 함께하신 많은 분의 영적 아버지셨던 제 아버지를 묘사하는 말 중에 일부분이라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아버지는 자신에게 맡겨진 양들을 사랑하고 깊이 돌보았던 목자셨고, 여러분의 가정을 충실하게 심방하셨고, 병중에 계셨던 여러분의 가족을 찾아서 위로하셨고, 여러분이 어려움을 겪을 때 지혜롭게 권면해 주셨고, 여러분이 구체적으로 기도 요청을 하시면 이를 위해 금식하며 기도하셨습니다. 하지만 그분은 성도들을 사랑하셨던 것만큼, 사람에게 인정받으려고 하지 않으시고 오로지 하나님께 인정받으려고 하셨습니다.
그분의 부드럽고 겸손한 본성 탓에 외적으로는 소심해 보였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버지는 내적으로는 수많은 사람들과 견줄 수 있는 능력과 리더십을 겸비하고 계셨습니다. 그분은 하나님께서 자신의 사역에 복 주시기 위해 선택하신 방법에 자주 경탄을 금치 못하셨습니다. 그러고는 자신은 특별하고 놀라우신 하나님과 사랑의 관계를 맺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고 말씀하시면서 하나님을 제일 먼저 사랑하셨고, 그리스도를 닮는 것이 당신 삶의 목표였던 목사님 이셨습니다.
저는 아버지를 이원상 목사로 알기보다는 신실하시며, 제가 의지할 수 있는 아빠로 알았습니다. 제 아이들을 스쿨버스 정류장에서 데리고 오시거나 제가 달걀이 필요할 때 마켓으로 달려가셔서 사다 주시는 등, 늘 제가 도움이 필요한 바로 그때 서둘러서 달려오시는 분이셨습니다. 제가 어릴 때 매일 아침마다 해 뜨기 전, 제 머리에 손을 얹고 축복기도를 해 주신 아버지였습니다. 제 평생 저나 우리 가족 누구에게도 실례되는 말을 하지 않으셨고, 단 한 번도 사소한 일로 분노와 성급함을 갖고 행동하는 일이 없었던 분이셨습니다.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제가 알았던 아버지는 하나님의 은혜를 깊이 이해하는 분이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영적 거장인 아버지를 따라가지 못하고 훨씬 뒤처져 있었지만 저는 아버지가 저를 판단하신다고 느낀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게다가 저에게 삶의 모든 영역에서 탁월함을 추구할 것을 강력히 권면하셨지만, 제 부족함에도 결코 실망하지 않으시고 늘 저를 받아 주시고 조건 없이 사랑해 주셨습니다. 아버지가 아무 때나 저를 부르셔서 “유니스, 내 사랑하는 딸아, 너를 사랑한 단다. 네가 정말 자랑스럽단다”라고 말씀하실 때면 제가 “아빠, 뭐가 자랑스러워요?”라고 묻곤 했습니다. 그러면 아버지는 “네가 예수님을 사랑하는 것이 자랑스럽단다”라고 대답해 주시던 그 시간이 많이 그리울 것 같습니다.
아버지는 어머니에게는 애처가 남편이셨습니다. 병원에서 밤일을 하시는 어머니를 위해 매일 밤에 도시락을 싸주시고, 코스코, 한국마켓, 홈 디포 등에서 장을 봐야 하는 어머니를 위해 직접 차를 운전해 주시기도 하셨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흥미 넘치는 사역들을 함께 해 나가시는 것에서부터 집 뒷마당에 정성들여 채소밭을 만드는 것에 이르기까지 많은 새로운 것들에 대해 어머니를 응원하시며 함께 동역하셨습니다. 지난 몇 년간 매일같이 어머니에게 남자가 기대하는 최고의 아내라고 말씀하시며 찬사와 흠모를 아낌없이 보내시곤 하셨습니다.
우리가 나눴던 마지막 대화 중에서, 아버지는 하루 종일 자신을 돌보느라 수고하신 어머니가 밤에도 주무시지 않고 당신의 부은 발을 주물러 주시다가 아버지 발치에서 잠이 드시면, 그런 어머니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곤 하셨다고 합니다. 어머니를 향한 아버지의 감사는 깊었고 존경심도 더해 갔기에, 저는 그 누구도 인생 말년에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품었던 존경과 찬사보다 더한 것을 가질 수 없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저는 여기서 어머니야말로 하나님께서 우리 아버지께 복으로 주신 진정으로 가장 희생적이고 섬기는 아내였음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별히 어머니께서 아버지가 이 땅에서 암투병을 하셨던 삶의 마지막 한 해 동안 아버지를 위해 온전히 자신의 삶을 희생하신 것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아버지는 또한 병중에 계신 외할머니를 간호하시기 위하여 안락함을 포기하신 헌신적인 사위이시기도 했습니다. 수년간 자신의 침대에서 주무시지 않고 어머니가 일하시는 밤이면 외할머니가 누워 계신 침대 옆 바닥에 누워 주무시면서 할머니께서 평안하게 느끼시도록 해주셨습니다. 아버지는 밤중에 외할머니께서 화장실에 가실 때 미끄러져 넘어지지 않으시도록 모시고 가고자 수시로 일어나시곤 했습니다. 물론 외할머니께 커피, 차, 맛난 쿠키를 드실 수 있게 해드리는 일도 아버지 몫이었습니다. 아버지는 할머니께서 가장 좋아하시는 친구이기도 하셨습니다. 말년에 찾아온 기억상실 증세 때문에 같은 질문을 스무 번씩 계속 하시는 할머니께 인내심을 잃지 않고 상대해 드리며, 또 외할머니의 머리를 손수 빗겨 주시고 외할머니의 손을 잡고 아름다우시다고 말씀해 주시는 어른이셨습니다.
이 자리에 계신 많은 분은 아버지께서 정기적으로 새벽기도회에 참석하셨고 설교하셨던 것을 아실 것입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투철한 기도의 전사이셨습니다. 매일 새벽 3시면 아버지는 온 성도가 갖고 있는 기도의 부담을 자신의 가슴에 품고는 어김없이 일어나셨습니다. 너덜너덜해진 교인 명부(교회 요람)를 가지고 신실하게 성도 한 분 한 분을 위해 기도하시고, 그 자녀들의 이름을 불러가며 중보기도를 하셨죠.
아버지는 평생 동안 수많은 기도수첩에 상세한 기도제목과 기도하기 시작한 날짜, 그리고 기도 응답을 받은 날짜, 하나님께서 어떻게 응답하셨는가를 써 내려가셨습니다. 아버지는 어머니와 함께 지난 40년 동안 매주 하루씩 금식하셨으며, 자주 긴박한 기도제목을 가지고, 이를 중보하시기 위해서 연속으로 3일 동안 금식기도를 하셨습니다.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고 그리스도의 빛이 온 열방에 넘쳐나기를 갈망하시면서 아버지는 사람들을 위해, 많은 사역을 위해,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크리스천 운동들을 위해 기도하셨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예수님의 마음을 알아가고 단순히 하나님의 임재 가운데 있기 위해 기도하셨습니다.
아버지는 하나님 말씀을 공부하는 것을 절대로 중단하는 일이 없으셨습니다. 새벽 일찍부터 일어나 기도하셔야 했지만 때론 성경을 공부하시기 위해 자정이 넘도록 깨어 계셨습니다. 어린 시절에 조금 열린 방문 사이로 성경을 보시느라 머리를 수그리신 아버지의 모습을 보는 것이 어린 저에게는 위로가 되기도 했었습니다.
설교 준비를 하실 때나 매일 방송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준비하거나, 또 71세 인생의 노년기에서 목회 지도력에 대한 박사학위 논문을 쓰실 때도 아버지는 항상 하나님의 말씀 가운데 계셨습니다. 우리 가족과 함께 보내는 귀중한 시간과 가끔 시청하는 ‘댈러스 카우보이’ 풋볼경기 외에는 여가를 따로 즐기실 필요도 느끼지 않으셨던 것입니다. 왜냐하면 성경 공부가 이 세상이 주는 어떤 즐거움보다 더 많은 휴식과 안식을 주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버지는 평생 동안 목사, 남편, 아빠, 아들, 그리고 학생으로 많은 역할을 수행하셨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일들 가운데 그분은 그리스도를 닮기 위해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우리 중에 과연 누가 자신 있게, “내가 그리스도를 본받은 것처럼 나를 본 받으라”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저는 우리 아버지께서는 그 거룩한 말씀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충분히 있는 분이라고 진심으로 믿고 있습니다. 그분은 희생과 섬김으로써 자신의 삶에서 그리스도를 닮아 가셨던 것입니다. 겸손과 순종으로 말입니다. 전능하신 하나님을 온전히 신뢰하고 믿음으로써 그리스도를 본받으신 것이었습니다. 생애의 마지막 몇 주 동안 암으로 인한 육체적 고통이 기승을 부릴 때, 아버지는 종종 “오 주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자비를! 당신은 저를 가장 낮은 곳에 거하게 해주셨습니다”라고 말씀하시고 나서 고개를 들고 이렇게 확신에 찬 선포를 하셨습니다. “내 하나님은 전능하시고, 선하시며, 절대로 실수가 없으신 분이시다.”
바로 지난 주 중환자실에서 그분은 인생의 마지막 순간과 가장 큰 육체적 고통을 직면하셔야 했습니다. 인공호흡기에 연결되어 혼자서 숨을 쉴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움직일 수도 없는 상태에서, 아버지는 자신의 모든 힘을 다하여 그의 힘없고 떨리는 팔을 머리 위로 높게 올리며, 생명을 주관하시는 바로 그분께 찬양을 드리셨습니다. 사도 바울이 빌립보서에서 말했듯이, 아버지의 소망은 살든지 죽든지 자신의 몸에서 그리스도가 존귀하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히브리서 13:7은 “하나님의 말씀을 너희에게 일러 주고 너희를 인도하던 자들을 생각하며 그들의 행실의 결말을 주의하여 보고 그들의 믿음을 본 받으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저는 제 자신의 삶을 다시 돌아보도록 도전을 받았습니다. 아버지가 사셨던 것처럼 저도 그렇게 살게 되기를, 또 아버지가 사셨던 삶을 보고 저도 그렇게 변화되기를 기도합니다. 우리 모두 우리의 자녀, 형제자매들과 친구들에게 “내가 그리스도를 본받는 자가 된 것같이 너희는 나를 본받는 자가 되라”라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오늘밤 천국에서 누리는 아버지의 현재의 영광으로 말미암아 위로를 받으시고 이 자리를 떠나시기를 바랍니다. 언젠가 그리스도께서 다시 빛으로 오셔서 어둠을 극복하시리라는 것을 알고 있고, 또 아버지와 우리보다 앞서간 많은 분들을 만나게 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우리의 아름다운 구세주, 그분과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만나게 될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