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제 동생 유니스 그리고 온 가족을 대표해서 저희 아버지의 고별예배에 참석하시기 위해 도처에서 와주신 친척과 친지 그리고 조문객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아버지의 삶을 기리고, 존경을 표하고 또 기념하려는 저희 가족에게 여러분께서 이 자리에 함께하심이 큰 위로와 격려가 됩니다.
특히 와싱톤중앙장로교회의 류 목사님과 부교역자님들, 그리고 장로님들께서 시간과 물질과 기도로 섬겨 주심으로 이 고별예배를 드릴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의 도움과 관심으로 인해, 슬픔 가운데 있는 저희 가족이 어머니를 위로하며 소천하신 아버지를 애도할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여러분의 은혜를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이 추도사를 준비하면서 어떻게 하면 제가 아버지께 존경을 표하고, 그분의 일생을 기념하고 기억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아버지께서 자신에 대하여 제가 어떻게 말하기를 원하실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참으로 많았습니다. 아버지의 정직함, 겸손함, 하나님의 말씀을 연구하심, 기도생활, 그리고 온 열방을 제자 삼으시고자 하는 마음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아마도 제가 여러 시간을 얘기해도 모자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제일 제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그분의 사랑이었습니다.
아버지가 사랑하신 이유는 의심할 여지도 없이 하나님께서 아버지를 먼저 사랑하셨다는 것을 자신이 아셨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아버지를 어두움 가운데서 불러내셔서 그의 자녀가 되게 하셨을 때, 아버지는 하나님의 무조건적인, 무한한, 열정적인 사랑을 경험하셨습니다. 아버지가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하나님을 가까이 하고 하나님께서 더 자신 안에 거하시도록 하는 길이었습니다.
몇 주 전에 아버지와 마주앉아 그분의 삶을 돌아보며 함께 이야기를 나눌 때, 아버지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요셉아, 나는 평범한 은사를 가진 아주 평범한 사람이란다. 나는 말주변도 별로 없고, 사역관리도 잘 못하고, 대단한 설교자도 아니었다. 내가 유일하게 잘했던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사랑을 한 것이야. 나는 하나님을 사랑하고, 내 아내를 사랑하고, 내 자식들을 사랑하고, 또 다른 사람들을 사랑했단다. 그것뿐이란다.”
저는 그때 왜 아버지는 자신이 그저 평범한 사람이라고 말씀하실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많은 분들의 삶에 영향을 주시기 위해서 아버지를 사용하셨습니다. 아버지를 하나님의 도구로 사용하시며, 와싱톤중앙장로교회를 설립하시고, SEED 선교회, 그리고 프레션을 세우셨습니다. 이러한 성공(인간적인 표현을 써서)의 비결은 바로 아버지는 이 가운데서도 자기 자신을 대단하게 생각하시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자신에게 그런 대단한 능력이 없다는 것을 알고 계셨습니다. 이 세상에서 무언가 이루어 내기 위해서는 자신의 깊은 영성을 위해 하나님께 간구하는 것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아버지께서는 사도바울처럼 수많은 시간을 기도에 힘쓰셨습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 영적 능력을 달라고 기도하셨습니다. 자신의 속사람이 성령님으로 인해 더욱 강건해지기를 원하셨습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을 앎으로 하나님과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기를 원하셨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영원히 남는 것은 오직 사랑이라는 것을 아셨습니다.
아버지는 자신이 말로 사랑한다고 하시기보다는 그저 조용하고 은밀한 곳에서 하늘에 계신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고 간구함으로써 사랑을 표현하셨습니다. 자신과 관계를 맺은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 은혜의 보좌 앞에 나아가 간절히 기도하셨습니다. 그 사람들과 그들의 간구를 마음속에 늘 지니고 사셨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을 만날 때면 그들의 이름과 자녀, 손자들의 이름까지도 아셨던 것입니다. 아버지는 진정 사람들을 사랑하셨고 아버지의 섬김과 기도를 통해서 사람들은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께서 소천하시기 전, 지난 월요일 중환자실에 입원하셨을 때 수많은 분들이 병문안 오시는 걸 보고 저는 놀랐습니다. 오셨던 모든 분들이 한결같이 하신 말씀은 아버지께서 바로 자신들에게 진정으로 다가오셔서 사랑을 보여주셨다는 것이었습니다. 병원 직원들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환자를 찾아오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제게 말했습니다. 그들은 “당신 아버지를 우리가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이렇게 많은 병문안객들이 오는 걸 보면 아버지께서 정말 사랑을 많이 받고 계신다는 것을 알 수 있네요. 당신 아버지께서는 인생을 올바르게 사신 분 같아요”라고 말하더군요.
아버지께서 사람들을, 특별히 교회 성도님들을 사랑하신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제 마음에 잔잔한 감동을 준 것은 지난 몇 년 동안 아버지가 얼마나 어머니를 사랑하시는지를 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지난 9월에 결혼기념 50주년을 맞이하셨습니다. 두 분은 결혼생활 49년 동안 늘 공부와 사역으로 바쁘게 보내셨고 서로를 위해서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습니다. 2015년에 아버지께서 식도암 선고를 받으시고 난 후에 저는 우리 부모님의 관계 가운데 큰 변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처음으로 두 분은 사역이 아니라 서로에게 초점을 맞추기 시작하셨습니다. 어머니가 모든 걸 내려놓고 전적으로 아버지의 병간호를 하실 때 아버지께서 더욱더 어머니를 사랑하시고 존경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어머니는 잠도 못 주무시고 모든 불편을 무릅쓰고 최선을 다해 아버지를 간호하고 계셨습니다. 아버지의 암투병을 위해 최고의 음식을 만드시느라 어머니는 하루 종일 자기 식사도 못하실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또 밤중에 아버지가 일어나다가 넘어지실까 봐 어머니는 침대 옆 바닥에 누워 주무시곤 했습니다. 이러한 사랑의 표현을 보면서 아버지는 변하기 시작하셨습니다. 자연스럽게, 또 자주 눈물을 흘리며 어머니께 사랑을 표현하셨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하나님께서 지난 한 해 동안 저희 부모님이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주신 것 같습니다. 서로 소중히 여기고 사랑할 수 있는 선물을 주신 것입니다. 두 분은 여러 시간 동안 함께 찬송가를 부르며 기도하시곤 했습니다. 아버지는 원래 조용하고 내성적이며 표현을 잘 안 하시는 분인데 이렇게 드러내놓고 어머니께 사랑을 표현하시다니, 그것을 보는 제 마음은 참 흐뭇했습니다.
10월 10일 아버지께서 자신의 일기장에 이렇게 쓰셨습니다. “오 주님, 저는 지난 50년 동안 제가 잘 몰라서 아내를 소홀히 대한 것을 회개합니다. 오 하나님, 저를 용서해 주시고 제 안에 깨끗하고 겸손한 마음을 주시옵소서. 저는 진정 회개하고 제 사랑하는 아내를 소중히 여기길 원합니다. 사랑하는 주님, 제 남은 삶 동안 겸손함으로 아내를 소중히 여기고 존경하며 살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저는 아버지께서 어머니를 소중히 여기신 것을 확신합니다. 소천하시기 전 지난 일주일간 중환자실에서 아버지는 어머니와 늘 함께하길 원하셨습니다. 항상 손을 꼭 잡으시고 옆에 있길 원하셨습니다.
어머니는 아버지를 사랑하시고 아버지의 병간호를 위해 지난 1년 동안 인간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셨습니다. “어머니, 유니스와 제가 어머니를 아주 많이 사랑해요! 그리고 아버지를 신실하게 사랑해 주신 것 정말 감사드려요.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마음에 가득 담고 예수님의 품으로 가셨어요.
독일 신학자인 디트리히 본회퍼(Dietrich Bonhoeffer)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오직 사랑만은 끝나지 않는다. 왜 다른 것은 모두 끝이 날까? 왜 사랑은 절대로 끝이 없는 것일까? 왜냐하면 오직 사랑 안에서만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온전히 포기하고 남을 위해 자신의 의지를 꺾고 희생한다. 왜냐하면 오직 사랑만이 자기 자신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다른 그 어느 것, 바로 하나님 자신 으로부터 나오는 것이기때문이다. 왜냐하면 오직 사랑을 통해서만 하나님이 우리를 통해서 역사하시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외에 모든 것은 우리가 의식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우리에게서 온 모든 것은 끝이 있다. 그러나 하나님에게서 온 모든 것은 영원히 남게 된다.”
여러분, 아버지의 본을 따라 우리도 사랑을 잘하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매일 하나님 아버지께 나아가 하나님과 다른 사람들을 위해 바로 우리 자신을 포기할 수 있는 깊은 영성을 달라고 기도하고 부르짖읍시다. 하나님이 우리를 통해 역사하시도록 해드려야 합니다. 바로 하나님이 우리 안에서 역사하시도록 우리 자신을 내어 드립시다. 그리하여 이 땅에서의 마지막 날에 사람들이 이렇게 말할 수 있도록 합시다. ‘우리가 먼저 하나님의 사랑을 받았기에 우리도 그처럼 사랑을 잘 할 수 있었다고.’ 사랑은 절대로 끝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