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의 휘파람 소리 – 한소희 집사

내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중앙장로교회가 비엔나에 있던 시절의 기억이다. 비엔나 성전에는 파킹랏 바로 옆에 교회 사무실로 곧바로 이어지는 바깥 계단이 있었다.

주중 어느 날, 그 계단 근처에 서 있는데 뒤에서 휘파람 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고(故) 이원상 목사님께서 사무실에서 나오시며 휘파람을 부는 소리였다.   정확히 어떤 곡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찬송가를 휘파람으로 부르시며 사무실에서 본당 쪽으로 걸어가고 계셨다.

나는 “안녕하세요!” 인사를 드리며 얼떨결에, “어머, 목사님도 휘파람 부시네요?”라는 말을 하고 말았다. 목사님은 멋쩍은 미소와 함께 고개로 가볍게 인사를 건네신 뒤, 조용히 본당으로 발걸음을 옮기셨다.  목사님이 본당으로 들어가신 뒤, ‘왜 그런 쓸데없는 말을 했을까?’ 라는 생각에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목사님이 휘파람을 부르신 일은 전혀 특별할 것이 없었다.  그럼에도 그때의 나는 왜 그것을 그렇게 낯설게 느꼈을까.  목사님도 우리와 같은 한 사람이셨는데, 나는 그분을 멀고 높은 자리에 계신 분으로 바라보고 있었던 것 같다.  

목사님은 살아생전 말과 삶이 일치하고, 온전한 인격을 지닌 참으로 고귀한 분이셨다. 그래서 고등학생이던 나의 눈에 목사님은  거룩하고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존재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날의 한 장면 속에서 목사님은 찬송가를 휘파람으로 부르시던, 소박하고도 소년 같은 순수함을 지닌 분이셨다.  이제는 목사님의 휘파람 소리를 다시 들을 수는 없지만, 그날의 장면과 음성, 따뜻한 미소는 여전히 내 마음속에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