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03월 12일)
총신대학교와 총신 신학대학원 개강 수련회를 잘 인도하고 돌아왔습니다. 10년의 교수 생활 후에 다시 10년의 목회 생활을 보내고 처음으로 찾은 교정은 차가운 겨울바람이 지나고 따스한 봄이 꽃 몽우리를 틔우기 시작했습니다. 캠퍼스 곳곳에 스며 있는 봄은 피어나는 꽃보다 이제 대학교 생활을 시작하는 신입생들, 그리고 4년 만에 가지는 현장 개강 수련회에 대한 기대감으로 열기를 더했습니다. 신학대학원의 교정을 거닐다 보니, 익숙한 건물도 학교를 둘러싼 자연도 여전한데 이토록 긴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실감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10년의 세월은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저를 가르친 교수님 가운데 한분 외에는 모두 은퇴하셨고 이제 제자들이 하나둘씩 교수로 섬기는 것을 보면서 흐르는 세월이 몸으로 다가왔습니다. 이전 연구실 문 앞에 서니 지난 시절들이 엊그제 일처럼 세월의 강을 건너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평생 예수님처럼 살기는 어려워도 예수님 공생애 하신 30세에 3년은 주님처럼 살아야 한다는 결심으로 신학대학원에 들어갔습니다. 이 교정에서 3년 동안 신학 공부에 매진하면서 산을 오르내리며 기도한 날들, 밤이 늦도록 책을 읽고 동료들과 함께 토론하며 보낸 날들, 방학이면 낙도로 오지로 복음을 전하며 다녔던 시간, 모두 젊은 날 제 가슴에 지워지지 않을 향기로 남아 있습니다. 유학을 마치고 모교에서 가르친 날들은 제 삶에 가장 보람 있고 행복했던 시절이었습니다. 미래의 목회자들을 세우는 일은 푸른 숲을 꿈꾸며 묘목을 심는 기쁨과도 같습니다. 강단에서 가르친 날들, 교정과 연구실 그리고 예배당에서 제자들과 나누었던 고민과 기도 시간, 서울과 지방, 섬들과 농촌 구석까지 다니며 목회자들과 성도들에게 말씀을 선포했던 순간들, 방학이면 선교지를 다니며 영혼을 돌보던 날들, 모든 시간이 아름다운 그림으로 떠올랐습니다. 연구실 앞에서 한참 서 있다가 비로소 문 앞에 붙어있던 제 이름이 다른 이름으로 바뀐 것을 보고는 세월의 흐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학에 들어온 학생들, 참 어려운 시기에 주님을 닮고 말씀의 종이 되리라는 결단으로 신학대학원을 들어온 후배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눈에 다 담을 정도로 소중하게 보였습니다. 대학교에서는 마지막 설교를 마치고 기도 인도를 했을 때였습니다. 마지막 기도라고 알리고 충분히 기도한 후에 찬양팀이 연주를 마쳤을 때, 잠시 기도 소리가 줄어드는가 하더니 다시 기도가 타올랐습니다. 그렇게 찬양팀 연주를 네 번이나 그쳤는데도 기도는 그치지 않았습니다. 다음 순서가 없었다면 계속 기도하도록 맡기고 예배를 마쳤을 텐데 그치지 않는 기도를 중단시키는 것에 무척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대학교도 대학원에서도 마지막 기도 시간에는 강단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학생들로 가득했습니다. 이토록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주님을 따라 살아내고자 하는 젊은이들을 보면서 한국교회의 소망을 보았습니다. 제 생애 가장 보람 있고 가슴 벅찬 한 주의 시간이었습니다.
여러분의 목사 류응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