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로 하늘을 울린 Passion 12

(2024년 3월 31일)

예수님은 십자가를 앞에 두고 예루살렘에서 한 주를 보내셨습니다. 서른 세 살의 젊은이는 어떤 생각으로 생애 마지막 한 주를 보내셨을까요. 예수님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 보고 나에게 주시는 말씀을 듣기 위해 한 주 동안 특별 새벽기도회를 가졌습니다. “십자가로 회복”이라는 주제로 예배, 화목, 자녀됨, 부르심, 찬양을 회복시키시는 예수님을 그려보았습니다. 성금요일 저녁 예배는 이사야 말씀을 통해 고난받은 우리 주님을 묵상하고, 성만찬을 나누고 이어서“Passion 12”라는 이름으로 12시간 동안 하나님을 예배했습니다. 수백 명의 성도들이 밤을 지새 기도하는 모습은 어느 시대, 어느 교회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일일 것입니다. 우리는 함께 십자가에서 피를 흘리시는 주님을 중심에 모시기를 원했고, 그 보혈의 은혜 입은 사람답게 살기를 다짐했습니다. 청소년들과 수많은 청년들이 밤을 세울 때 하늘의 천사들은 그들의 기도를 하나님 보좌에 올려드리기에 분주했을 것입니다.

성찬을 받으면서 많은 성도님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 눈물은 평범함과 익숙함의 성찬이 아니라 소중함과 신비함의 성찬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팬데믹 때는 일회용 성찬기구를 픽업해서 집에서 온라인이나 교회에서 성찬식을 가졌습니다. 하나님이 사랑하신 백성이 주님의 몸이 되어 나누는 성찬이 아니라 마치 의식을 치르는 것처럼 여겨지는 아픈 순간이었습니다. 장로님들과 목회자들이 줄을 지어 빵과 잔을 받으러 나오는 모습을 보는 순간 저도 모르게 눈물이 맺혔습니다. 한 성도님의 고백이 제 마음을 그대로 표현했습니다. “목사님, 성찬식도 하나님이 허락하셔야 할 수 있군요.” 똑같은 빵과 포도주이지만 소중하게 애틋하게 받을 때 우리는 거기에서 더욱 선명하게 예수님의 음성을 듣습니다. “이것은 너희를 위하는 내 몸이니 이것을 행하여 나를 기념하라.” 우리가 받은 성찬은 진정 예수님의 찢기신 몸과 흘리신 피로 다가왔습니다.

매 시간마다 예배의식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께 관심을 몰입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십자가 위에 계시는 예수님은 막연한 신앙을 거부합니다. 십자가는 나의 모든 관심을 요구하며, 내 인생 전부를 요구합니다. 십자가를 만날 때 우리는 세상에서 진정한 자유를 얻습니다. 십자가는 죄인 된 우리가 거룩하신 하나님을 만나는 유일한 통로입니다. 십자가는 끊임없이 세상을 향해 질주하는 내면을 멈추고 하나님이 행하신 일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하게 합니다. 진정한 인생은 십자가를 만나는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예수님을 만날 때 진정한 삶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십자가 앞에서 입으로 부르는 찬송은 가슴으로 부르는 경배가 됩니다. “주 달려 죽은 십자가 우리가 생각할 때에 세상에 속한 욕심을 헛된 줄 알고 버리네. 온 세상 만물 가져도 주 은혜 못 다 갚겠네. 놀라운 사랑받은 나 몸으로 제물 삼겠네.” 오직 십자가를 통과한 사람만이 십자가를 넘어 영광스러운 부활을 기다립니다.

여러분의 목사 류응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