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2024년 3월 3일)

학창시절에 한 번쯤 암송해 보았던 시가 있습니다. 러시아의 대문호 푸시킨이 쓴 글 가운데 가장 친숙한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입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슬픔의 날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한없이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에 지나가고 지나간 것은 다시 그리워 지나니.” 38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푸시킨의 시는 읽을 때마다 분주한 걸음을 멈추고 삶을 돌아보게 합니다. 생각처럼 펼쳐지지 않는 삶을 만날 때 사람들은 기쁨의 노래를 그치고 우울해 하기도 합니다.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탓하기도 하고 자신의 능력이나 배경을 원망하기도 합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푸시킨은 조용히 다가와서 우리 눈을 바라보며 속삭이는 듯합니다. “너무 그렇게 마음 아파하지 말게. 그대 삶의 모든 순간을 소중히 여기게. 울음 우는 현재라 할지라도 먼 훗날 돌아보면 모든 순간 그립고 아름답게 여겨질 테니.”

이전 학창시절 하숙생활을 할 때였습니다. 밥그릇 중에 구멍이 뚫린 것이 하나 있었는데 저는 그 밥그릇을 만나는 날은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많은 사람 가운데 하필이면 나에게 오늘 이 행운이 주어지다니. ‘하필이면’ 이라는 단어는 주로 부정적인 의미로 연결하지만 생각의 전환에 따라 뜻밖의 기쁨을 표현하는데 사용될 수 있는 단어입니다. 삶이 베푸는 가장 좋은 선물 가운데 하나는 생각처럼 되지 않는 일입니다. 그때는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삶을 돌아보면 인생의 어느 지점에서 생각처럼 펼쳐지지 않았을 때가 있기 마련입니다. 아쉬움과 아픔으로 그 순간을 보낸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삶의 여정에서 겪은 갖가지 일은 바람처럼 조용히 지나가기도 하고 아침 햇살처럼 찬란하게 다시 찾아오기도 합니다. 하나님이 허락하신 가장 소중한 선물이 오늘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어떠한 상황 가운데 있다 해도 조금 더 여유있는 미소를 짓게 될 것입니다.

지난 주는 삼월을 맞이하듯이 온 하늘 가득한 새소리가 곳곳에서 들려 왔습니다. “엄청나게 많은 새가 우네요”라고 했더니 한 분이 “새들이 우는 것이 아니라 노래하는 것이에요” 라고 답을 했습니다. 같은 소리라도 우는 소리로 들리는가 하면 노래하는 소리로 들려질 수도 있습니다. 삶이란 상황 자체보다 해석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보입니다. 삶이 우리를 속인다고 생각할 때나 삶의 아픔이 엄습해 올 때면 어딘가에 숨어있을 보람과 기쁨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더 이상노래할 일이 없다고 말하는 순간 하늘에서 마음껏 지저귀는 새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시기 바랍니다. 마야 안젤루 시인이 말한 것처럼 새는 해답을 갖고 있어서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노래를 갖고 있기 때문에 노래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기뻐하는 것은 생각처럼 삶이 펼쳐져서가 아니라 삶의 모든 순간이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목사 류응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