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신앙의 품격

(2024년 5월 26일)

탈무드에 보면 한 임금이 시몬과 요한을 불러 명령합니다. 시몬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을, 요한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나쁜 것을 구해 오라고 했습니다. 시몬이 가장 귀한 것이라고 구해온 것은 사람이 혀였고, 요한이 가장 나쁜 것이라고 구해온 것도 사람의 혀였습니다. 가장 귀한 혀가 가장 해악을 끼칠 수도 있다는 말씀입니다. 한 마디 말로써 천냥 빚을 갚기도 하지만 한 마디 말로써 전쟁이 시작되기도 합니다. 사람의 특징을 지칭하는 용어 가운데 호모 로쿠엔스, Homo Loquens라는 말이 있습니다. 말하는 인간이라는 의미입니다. 말로 자신을 표현한다는 것은 그 어떤 동물에게도 존재하지 않고 오직 인간에게만 주어진 위대한 능력입니다. 평범한 사람은 인생의 1/5을 말하는데 보낸다고 합니다. 하루에 하는 말을 책으로 묶으면 평균 50페이지, 1년에 하는 말을 묶으면 적어도 100권의 책이 나올 것입니다.

잠언 18:21에는 “죽고 사는 것이 혀의 힘에 달렸나니”라고 언어의 중요성을 말합니다.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말의 능력은 말이 단순한 의사전달의 수단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한마디 말은 사람을 변화시키기도 하고 낙심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우리의 입에서 나온 30초의 말이, 한 인생을 변화시키기도 하고 오랜 세월 상처로 남기도 합니다. 목회를 하면서 들어본 가장 격려가 되는 두 마디 말이 있습니다. 목회를 시작할 즈음에 한 성도님이 격려하면서 들려준 말입니다. “목사님, 우리 교회를 통해 목사님이 기도하는 것을 마음껏 펼치세요. 우리 교회는 하나님이 목사님에게 주신 그 거대한 비전, 그것 이루어 드리기만 해도 최고의 교회가 될 겁니다.” 생각할 때마다 제 가슴을 따스하게 만들어주는 또 한 마디가 있습니다. 어느 해 송구영신예배를 마치고 로비에서 교인들과 인사할 때 한 성도님이 가까이 와서 손을 잡고 귀에 속삭였습니다. “목사님, 너무 무리하게 열심히 하지 말아요. 그렇게 하지 않아도 우리는 목사님을 좋아하고 만족해요.” 늘 부족한 섬김에 죄송해 하는 목사에게 얼마나 격려가 되던 말인지, 목회 가운데 힘겨운 순간이 오면 그 따스한 목소리를 떠올리곤 합니다.

하늘의 사랑을 받은 사도 바울이 골로새서 3:17에 말합니다. “무엇을 하든지 말에나 일에나 다 주 예수의 이름으로 하고 그를 힘입어 하나님 아버지께 감사하라.” 예수님을 대하는 마음으로 사람 앞에 서게 되면 우리의 언어도 자세도 달라지게 될 것입니다. 세상에 돌이킬 수 없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활시위를 떠난화살, 흘러간 세월, 그리고 입에서 나간 말입니다. 한번 내뱉은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습니다. 지금 우리 자신의 언어를 한번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나는 사람을 향해 정중한 태도로 말하고 있는가? 내 말이 사람들을 격려하고 세우고 있는가? 말은 곧 나 자신입니다. 우리의 아름다운 말, 품격있는 언어는 하나님의 향기를 담아내는 가장 확실한 통로입니다.

여러분의 목사 류응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