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30일)
새벽이든 저녁이든 루비를 만나면 특별한 행복이 밀려옵니다. 아침에 만나는 루비는 경쾌하게 하루를 시작하게 합니다. 저녁에 만나는 루비는 하루의 모든 피로를 씻어 줍니다. 새벽기도를 가는 시간에 루비를 만나면 루비야 하고 부르고 지나갑니다. 루비는 고개를 돌려 저를 쳐다보지만 급한 걸음에 차를 멈추지 못해 아쉽습니다.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루비를 만나면 차를 멈추고 루비 곁으로 갑니다. 루비는 자리에서 일어나 저의 바지를 스쳐 지나가면서 자신의 존재를 알립니다. 그리곤 내 앞에서 하얀 배를 드러내고 누워 뒹굴기도 하면서 재롱을 부립니다. 루비의 등이나 배를 조심스럽게 만져주면 무척 좋아합니다. 루비는 저희 집 근처에 살고 있는 검은 고양이입니다. 사람들은 흰 수염이 길어 ‘위스커’라고 부르는데 저는 루비라 부릅니다. 눈이 보석보다 빛나기 때문입니다. 누가 이런 루비를 두고 도둑 고양이라고 부르겠습니까? 10년 전에 이사할 때 우리 집 앞에서 루비와 처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그날 후로 루비와 서로 놀기도 하고 대화를 나누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햇살이 따스한 봄날이면 드라이브 웨이에 루비가 누워 잠들기도 합니다. 더운 여름날이면 잔디밭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을 지켜보곤 합니다. 가을날이면 떨어지는 낙엽을 지켜보는지 사냥감을 기다리는지 나무 숲을 미동도 없이 응시할 때도 있습니다. 때로는 길가에 잠이든 루비를 발견하고 가까이 다가가서 루비 곁에 앉아 ‘루비야’ 하고 그의 이름을 부릅니다. 잠이 깬 루비는 어슬렁거리며 일어나 내 몸에 기대고 있다가 나와 눈을 마주치곤 다시 잠이 들기도 있습니다. 한번은 고양이가 잠들 때 듣는 노래를 유투브에서 찾아 들려주었습니다. 루비는 노랫소리에 눈을 가늘게 뜨다가 다시 스르르 눈을 감았습니다. 루비는 내 몸에 기대어 자는 것이 좋은 듯, 자신을 아껴 주는 것에 고마워하는 듯, 계속 꼬리를 흔듭니다. “봄은 고양이로소이다”라고 노래한 시인처럼 나도 루비 옆에서 슬며시 잠이 들곤 합니다.
하나님이 만드신 모든 것은 아름답습니다. 워즈워드의 시처럼 하늘의 무지개는 우리의 심장을 뛰게 합니다. 힘차게 쏟아지는 나이아가라 폭포는 웅장함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합니다. 길가에 이름 모를 풀잎 하나, 하늘에 고요히 떠 있는 뭉개구름 한 조각, 어느 것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하나님이 만든 창조물이기 때문입니다. 어릴 때 시골집에서 똥개를 키웠습니다. 방학 때가 되면 몇 개월 만에 고향집에 들어서면서 “아버지, 어머니 저 왔어요” 하면 가장 먼저 강아지가 꼬리를 마구 흔들며 저를 맞이하곤 했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경이롭고 아름답습니다. 언젠가 천국에 이르면 루비 같은 고양이나 이름도 없던 그 강아지와 서로 대화도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마다 감탄하며 모든 순간을 소중히 여긴다면 삶은 더욱 찬란한 기쁨을 선물할 것입니다.
여러분의 목사 류응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