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9일)
영국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가 1934년부터 1961년까지 28년에 걸쳐 완성한 <역사의 연구>라는 제목의 책이 있습니다. 평론가들 중에는 그의 저서를 금세기 모든 책 가운데 앞으로 100년 동안 계속 읽힐 단 한 권의 책이라고 극찬하기도 합니다. 12권으로 된 그의 방대한 책은 단순한 세계사의 책이 아니라 문명의 백과사전이라 할 정도로 소멸하고 살아있는 모든 문명을 탐구했습니다. 오스발트 슈팽글러는 1920년에 <서구의 몰락>이라는 저서를 출판했는데 이 책은 1차 세계대전을 통해 나타나는 현대 문명의 병리적 현상들을 문명의 탄생, 성장, 그리고 사망의 과정을 비관적 관점으로 기술했습니다. 토인비는 그와 달리 인류 문명이 수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지만, 결국 역경을 이겨내고 진보할 수 있다는 낙관적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봅니다.
토인비의 책에 나오는 중요한 두 단어가 있습니다. ‘도전과 응전’이라는 말과 ‘창조적 소수’라는 말입니다. 인류 역사는 끊임없이 도전을 던져왔지만, 인간은 역경 앞에 의연한 정신으로 응전해 왔다는 말입니다. 토인비가 도전과 응전을 설명하면서 청어 이야기를 자주 인용합니다. 청어는 영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생선입니다. 청어는 북해나 배링해협 같은 먼 바다에서 잡히는 어종이라서 싱싱한 생선으로 먹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 먼 거리를 운반해 오는 동안 죽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청어를 싱싱하게 운반할 방법을 연구했고 마침내 기발한 아이디어를 찾아냅니다. 청어를 운반해 오는 수조에 청어의 천적인 물메기 몇 마리를 함께 넣어두는 것입니다. 청어가 물메기에게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힘껏 도망치다 보니, 운반하는 내내 그런 긴장이 청어를 살아있게 만든 원동력이 된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인류 앞에 놓인 역경이 오히려 인간에게 도전 정신을 불러일으키고 문명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모든 문명이 역경을 극복하고 반드시 발전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다수 사람은 어려움 앞에 굴복할 때, 위기를 뚫고 역사와 문명의 발전을 이루어 낸 사람들이 있습니다. 토인비는 이 사람들을 두고 창조적 소수라고 부릅니다. 인간 사회를 지배하는 역경과 두려움을 이겨내고 새로운 사회를 개척한 사람들, 이 사람들로 인하여 인류 문명은 오늘까지 놀라운 발전을 이루어 왔습니다. 성경의 역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로마 시대에 핍박을 뚫고 순교의 피를 흘리면서 기독교는 초대교회와 사도행전의 역사를 이루었습니다. 중세 영적 어둠을 뚫고 소수의 개혁가들이 생명을 던지는 마음으로 삶을 드렸을 때 놀라운 개신교의 탄생을 보았습니다. 한국교회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잿더미로 변한 위기의 순간을 딛고 일어나 오늘날 세계 기독교 역사에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급속한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많은 사람은 오늘의 기독교와 교회를 위기 상태로 진단합니다. 밝은 내일을 예측하기 어려운 영적 어둠의 시대, 하나님은 이 어둠을 뚫고 일어날 사람들을 기다립니다. 하나님의 가슴을 품고 세상을 변화시켜 나갈 영적으로 충만한 창조적 소수를 기다립니다.
여러분의 목사 류응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