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18일)
뉴햄프셔주의 계관시인으로 선정된 후 48세라는 짧은 생애를 마치고 세상과 이별한 제인 케니언, Jane Kenyon이 세상과 작별하기 1년 전에 쓴 시가 있습니다. “Other, 그렇게 못할 수도”라는 제목의 글입니다. “건강한 다리로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못할 수도 있었다. 시리얼과 달콤한 우유와 흠 없이 잘 익은 복숭아를 먹었다. 그렇게 못할 수도 있었다…그러나 나는 안다, 어느 날인가는 그렇게 못하게 되리라는 걸. But one day, I know, it will be otherwise.” 누구라도 삶의 어느 한 순간, 이 시인의 고백이 나의 고백인 것처럼 느껴진 적이 있었을 겁니다. 가끔 몸살을 앓아 꼼짝하기 어려울 때, 한잔의 향긋한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 하늘의 구름과 푸른 자연을 바라보며 달릴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위대한 축복인지를 깨달을 때가 있습니다. 소박하게 누리는 일상의 소중함은 그것을 잃을 때 비로소 절실하게 느끼게 됩니다. 삶에서 가장 안타까운 일은 우리의 깨달음이 늘 한발 늦게 찾아온다는 사실입니다.
그렇게 못할 수도 있었다! 이 한 마디는 삶을 전혀 새롭게 대하게 하는 울림입니다. 오늘이란 날이 어제 세상을 떠난 사람이 그토록 기다린 바로 그 한 날이라는 사실을 떠올리게 된다면 ‘지금’이란 단어가 얼마나 고마운 말인지를 깨닫게 되며, 지금이라는 시간은 계속 지금을 만날 때 결국 인생이라는 거대한 바다가 탄생한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오늘 성경을 읽지 못할 수도 있었다. 이런 사람에게 말씀은 우리를 위해 들려주시는 주님의 심장소리가 됩니다. 오늘 기도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이런 사람에게 주님 앞에 고요히 나아가는 시간은 세상을 버려도 아깝지 않은 시간이 됩니다. 오늘 그를 보지 못할 수도 있었다. 이보다 한 사람을 더 고결하게 대하게 만드는 비결이 또 있을까요. 오늘 아침을 맞이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이런 사람에게 아침에 떠오르는 햇살은 하늘이 내리는 최고의 선물이 될 것입니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이 다가올 때 숲속에서 부는 바람을 한번만 더 맞고 싶다고, 들녘에 피어나는 패랭이꽃 앞에 걸음을 멈추고 잠시라도 쓰다듬어주고 싶다고, 밤하늘 빛나는 별과 오랫동안 그리웠던 사람들을 한번만 더 만나게 해 달라고 기도할 것이 아닙니다. 지금 두 다리로 걸을 수 있다면 오늘 밖으로 나가서 보아야 합니다. 지금 들을 수 있고 볼 수 있는 건강이 있다면 오늘 그를 찾아가야 합니다. 누군가 나의 도움을 기다린다면 따스한 손을 내밀 수 있는 최고의 시간은 오늘입니다. 나를 창조하신 하나님과 나를 살리신 예수님의 사랑을 기억하며 주님께 감사의 고백을 드릴 수 있는 최고의 시간도 오늘입니다. 인생의 마지막이라는 순간을 떠올려 보면 가장 위대한 순간은 아직 땅 위에서 호흡하고 있는 바로 오늘, 이 순간입니다.
여러분의 목사 류응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