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1일)
12월 1일, 한 해의 끝자락에서 달력의 마지막 장을 펼쳐놓습니다. 마지막 달이라는 느낌에 날짜 하나하나가 더없이 소중하고 애틋합니다. 장자의 <지북유>편에 나오는 “인생여백구과극”(人生如白駒過隙)이라는 말처럼, 인생이란 문틈으로 흰 말이 달려가는 것처럼 순식간에 흘러갑니다. 모두가 인생이 짧다는 것은 알지만, 우리는 마치 내일이 영원히 올 것처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달력 한 장 앞에서 가만히 생각해 보면 오늘의 소중함이 절실하게 다가올 것이고, 가장 중요한 순간이 바로 지금이라는 것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매순간을 마지막처럼 살라는 말을 가슴에 새겨보면 우리가 만나는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지, 손에 잡히는 일이 얼마나 특별한지 더 깊이 깨닫게 됩니다. 12월 달력은 삶을 가르쳐 주는 위대한 스승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겨울이고, 가장 좋아하는 달력도 12월입니다. 저는 모든 잎새가 떨어지고 난 숲을 바라볼 때 느낄 수 있는 ‘비움’이라는 단어가 주는 울림이 참 좋습니다. 겨울은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간이지만, 가만히 보면 중요한 것들을 다시 깨닫게 해 주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사실 인생에 소중하지 않은 시간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누구에게나 봄날의 파릇함, 여름날의 무성함, 가을날의 성숙함을 지나 겨울의 고요함 속에 들어가는 시간이 찾아올 것입니다. 겨울이 다가와서야 비로소 우리가 지나온 날들의 아름다움을 깨닫는다면 그 얼마나 슬픈 일일까요? 소중함을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지혜는 지금 이 순간을 붙잡는 것입니다. 봄꽃의 향기, 여름의 찬란함, 가을 단풍의 아름다움은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곁에 있습니다. 어떠한 상황에 놓여 있든지 오늘 하루를 최고의 선물로 여길 때 아침에 눈을 뜨는 일이 감격이 되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밤이 감사와 뿌듯함으로 찾아오게 될 것입니다.
12월의 달력 앞에서 가장 멋지게 살아가는 한 달을 만들어 보십시오. 자신에게 질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올 한 해 정말 이루고 싶었던 소원이 무엇이었는지. 어떤 소원은 많은 세월이 걸려야 이루어지겠지만, 오늘 마음만 먹으면 바로 이룰 수 있는 일도 있습니다. 지금 자리에서 일어나 과감히 도전해 보십시오. 하나님 앞에 품었던 소원도 있을 겁니다. 성경을 일독하려 했다면 지금이라도 펼쳐 읽어 보십시오. 기도의 삶을 계획했다면 새벽을 깨워 기도의 자리로 나아가 보시기 바랍니다. 주님을 위해 조금 더 삶을 드리기를 기도했다면 지금 주님께서 가장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의 소원을 이룰 때보다 주님의 소원을 이루어 드릴 때, 우리는 더 큰 기쁨과 보람을 느낄 것입니다. 천국에서 주님을 만날 날을 그려 보십시오. 모든 삶에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한 달은 짧지 않습니다. 마지막이라는 절실함은 인생을 새롭게 하고, 남은 시간을 빛나게 만듭니다. 이제 마지막 달력을 보며 한 해를 정리하고, 주님과 더 깊이 동행하는 삶을 그려 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목사 류응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