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을 함께 호흡하며

(2024년 12월 8일)

지난 목요일은 죽음과 삶을 동시에 호흡하며 깊은 생각에 잠긴 하루였습니다. 목요일은 제게 특별한 날입니다. 설교 준비와 기도에만 온전히 집중하기 위해 모든 사역을 잠시 내려놓는 날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예외는 장례 예배입니다. 안타깝고 아프지 않은 죽음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저마다 사연이 있지만 최선을 다하고 고귀하게 살다 가지 않은 인생 또한 어디에 있겠습니까? 목사로서 가장 중요한 시간이 이때라고 여기고 성도님들의 마지막 걸음은 가능하면 꼭 함께 하려 합니다.

목요일 아침에는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뉴스에서 보도된 것처럼, 경비행기로 유기견을 실어 날은 한 형제가 비행기 추락 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CPA의 삶을 내려놓고 자신이 꿈꾸던 하늘을 비행하는 일과 유기견을 구하는 사명을 함께 이루며 살았던 분이었습니다. 한국인 뿐 아니라 많은 미국인도 그의 삶을 추모하는 모습을 보며 그의 헌신과 사랑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울림을 주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비록 49세의 짧은 생이었지만, 그토록 아꼈던 유기견과 함께 하늘로 떠났습니다. 우리에게는 아쉬움과 아픔의 눈물을 남겼지만, 그가 원하는 삶을 살았으니 보람 있고 행복하리라 생각합니다. 낮에는 고 이원상 목사님 8주기 추모 예배를 드렸습니다. 매년 사모님을 모시고 목회자들과 함께 묘지에서 예배하는데, 목사님의 삶을 기억하면 늘 감사와 존경의 마음이 새로워집니다.

오후에는 호흡이 가늘어져 가는 성도님을 심방했습니다. 월요일에 심방 갔을 때 또렷하게 제 이름을 부르시던 분이 이제는 희미하게 “류..응..렬” 하고 힘겹게 입을 떼셨습니다. 자신의 어려운 삶 가운데에서도 청소년들을 하나님 나라의 일꾼으로 키우셨고, 신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며 믿음의 다음 세대를 세우는데 헌신하신 분이셨습니다. 목회자들을 정성껏 섬기셨고, 매일 밤 12시가 되면 어김없이 주님 앞에 기도하며 살아오신 분이었습니다. “목사님, 저는 주님께 갈 준비가 되었어요.” 늘 그렇게 말씀하셨던 권사님은 주님을 만날 준비가 되셨지만 저희가 아직 보내기 어려운 마음인 것 같습니다. 저녁에는 참으로 밝고 아름답게 살아오신 또 한 분의 성도님의 천국환송예배를 가졌습니다. 저와 비슷한 연배의 분이시기에 나의 삶을 더 깊이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지난 달에 방문했을 때 일주일의 시간이 주어졌다는 소식에도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씀을 나누던 성도님의 모습이 생생히 남아있습니다. 이제 천국에서 더 밝은 미소로 주님과 함께 걷고 계실 것을 믿습니다.

그날 하루는 죽음과 삶을 함께 호흡하며 걸었던 날이었습니다. 마치 죽음이 친구처럼 제 곁에 다가와, 겨울 바람 사이로 고요히 속삭이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죽음을 가까이 하면 삶이 얼마나 경이롭고 귀한지 새롭게 깨닫게 됩니다. 순간순간이 아름답게 빛나 보이고, 모든 사람이 사랑스러워집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경이롭습니다. 매일 새벽 기도 시간마다 다짐하곤 합니다. “주님, 오늘이 제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게 하소서.” 삶은 아픔도 많지만, 한없이 경이롭고 아름답습니다.

여러분의 목사 류응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