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카터 대통령을 그리며

(2025년 1월 12일)

미국 제39대 대통령 지미 카터(James Earl Carter, Jr.)는 지난 해 12월 29일 100년의 삶을 마치고 하나님의 품에 안겼습니다. 조지아주 플레인스라는 시골에서 땅콩을 재배하는 가정의 아들로 태어나 미국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조지아주 상원의원을 거쳐 조지아주 주지사로 재직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이름에는 다양한 직책이 따라다니지만 한 가지 가장 특이한 것은 고향에 있는 마라나타 침례교회의 주일학교 교사로 평생을 섬겼다는 사실입니다. 카터 대통령은 11세에 세례를 받고 1958년에 집사로 임직을 받았습니다. 18살 때부터 주일학교에서 성경을 가르쳤으며, 그가 평생 섬겼던 마라나타 침례교회에서 50년을 주일학교 교사로 봉사했습니다. 심지어 대통령으로 재직할 때는 워싱턴에 있는 교회에서 교리를 가르치기도 했으며, 임기를 마친 뒤 첫주일 부터 마라나타 침례교회에 다시 출석했던 일화로 유명합니다. 대통령 재직 때보다 임기 후에 더욱 유명하고 존경을 받았던 카터는 ‘카터 센터’를 세워 국제 분쟁을 중재하고 인권을 신장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2002년에는 노벨평화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의 인생 여정과 마지막 장례식을 지켜보면서 세상 모든 사람은 잔잔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카터의 장례식은 하나님이 허락한 인생 여정을 아름답게 마치고 그가 일생 사모했던 천국으로 환송하는 하나의 축제처럼 보였습니다. 그의 손자 제이슨 카터는 추도사에서 대통령을 지낸 그의 할아버지가 얼마나 놀라울 정도로 평범한 삶을 살았는지 회상했습니다. 카터는 조지아주 주지사 관저에서 4년, 백악관에서 지낸 4년을 제외하고 나머지 92년을 조지아주 고향집에서 보냈습니다. 그의 검소함과 평범함을 강조하면서 집에 가면 1970년대 풍의 짧은 반바지와 크록스 신발을 신고 나오는 할아버지를 만나는 일이 일상이라고 회고할 때 웃음바다를 이루었습니다. 주방의 벽에는 여전히 코드가 달린 전화기가 고정되어 있고 싱크대 옆 선반에는 재사용을 위해 지퍼백을 씻어 말리는 광경을 소개할 때는 세계 최강의 나라 미국의 전 대통령과 영부인이 아니라 그저 소박하게 살아가는 한 노부부의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장례식을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남긴 것은 카터의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포드 전 대통령의 아들이 아버지가 생전에 써 놓은 추도사를 대독할 때였습니다. 포드는 카터 대통령과 서로 경쟁 상대였지만 평생 친애하는 친구로 지냈다며 대통령으로 재직 후에 서로 나누었던 우정을 소개했습니다. 포드가 남긴 한 마디는 맑은 물처럼 카터의 삶을 들여다보게 해 주었습니다. “정직과 진실함은 지미 카터라는 이름과 동의어였다. 지미 카터에게 정직은 그저 이상적 목표가 아니라 그의 영혼 자체였다.” 카터 자신이 늘 했던 말은 삶 자체였습니다. “The confidence of the people is worth more than money, 사람들의 신뢰는 돈보다 가치가 있습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을 넘어 한 사람의 진실한 신자로 충성스럽게 살다가 주님 앞에 선 지미 카터 대통령, 우리는 이런 분과 한 시대 호흡할 수 있는 특권을 누렸습니다. 그를 통해 주님 부르실 때까지 걸어가야 할 신자의 길을 발견하게 됩니다.

여러분의 목사 류응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