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4일)
내가 만일 나사로가 되어 죽었다가 나흘만에 다시 살아난다면 심장이 뛰고 있다는 것을 자주 확인하리라. 그 심장의 피가 손가락 마디마다 흐른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탄할 만한 기적인지 알려주리라. 눈 앞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리라. 오르기 힘든 산봉우리로 펼쳐져 있든, 아무렇게나 발에 채이는 돌맹이 하나로 굴러다니든, 신이 창조한 고유한 가치가 새겨져 있으니 겸손하나 당당히 그 자리에 서 있으라 말하리라. 곁에 있는 사람이 얼마나 고귀한지 다시 보지 못할 사람을 대하는 마음으로 무인도에서 몇 년을 보내다가 처음 만난 사람처럼 내 전부를 드려 그를 사랑하라고 말해 주리라. 그것이 나의 하나님을 사랑하는 가장 확실한 증거이니까.
내가 단 한 번이라도 나사로처럼 죽었다가 살아난다면 새벽을 깨우는 새소리가 얼마나 고마운지 귓가에 스치는 바람 소리가 얼마나 신비로운지 어린아이 웃음소리를 듣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잠시 걸음을 멈추고 서서 귀 기울여보라고 말해주리라. 슬픔에 지친 사람의 손을 포근하게 잡아주리라. 주저하고 있다면 실패해도 괜찮다고 말해주리라. 넘어진 사람을 보면 결코 지나치지 않으리라. 조금 지루한 말이라도 온 마음으로 들어주리라. 젊은이들에게 절망을 두려워 말라고 말해주리라. 눈물이 없는 삶을 꿈꾸지 말라고 말해주리라. 정상에 오르는 순간보다 비탈길을 오를 때가 보람 있다고 꽃봉우리 안에서 누리는 안락함보다 꽃을 피우는 기쁨이 크다고 말해주리라.
내가 정말 죽은 자리에서 잠시라도 다시 살아난다면, 배우지는 못했지만 사람들 앞에서 한번쯤은 춤을 추리라. 리듬에 맞추어 제대로 몸을 움직이지는 못해도 나의 눈빛으로 살아있음이란 어떤 것인지 말해주리라. 손과 발, 입모양 하나하나에 넘치는 희열을 담으리라. 나로 인하여 마음이 상한 사람에게 용서를 구하리라. 인생 어느 한 순간이라도 불편하게 한 사람을 축복하리라. 매일 시를 쓰는 마음으로 사람들과 즐겁게 대화하리라. 소박한 일상의 언어에도 향기로 남을 품격을 담으리라. 내가 나사로처럼 다시 살아날 수 있다면 사람들마다 눈을 향해 분명하게 들려주리라. 눈에 보이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고 보이지 않는 영원한 세상이 우리 곁에 있다고 우리를 창조하신 분이 우리를 사랑한다고.
내가 죽은 나사로가 되어 다시 살아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심정으로 오늘 하루 살아갈 수는 있다. 죽은 자가 살아난 마음으로 매일 감격할 수는 있다. 오늘이 인생 마지막 날처럼 소중하게 붙들 수는 있다. 그렇게 주어진 삶을 보내고 언젠가 죽음 앞에 설 것이다. 세상 떠나는 순간에 남기고 싶은 한마디, 창조주 앞에 서는 그 순간 부르고 싶은 노래가 있다. 지상에서 주어진 날 동안 눈물짓는 아픔도 많았지만, 하나님이 허락한 삶은 순간마다 아름다웠노라고, 호흡하는 모든 날은 찬란하고 경이로웠노라고.
여러분의 목사 류응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