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10일)
무더운 여름이 지나갑니다. 저녁이면 제법 서늘한 바람이 대지를 감싸고 어둠이 내리면 반딧불이가 자신을 불태우며 파란 풀밭 위를 아름답게 수놓습니다. 맑은 날이면 온 하늘을 밝히는 붉은 달과 찬란하게 빛나는 별들, 내리는 어둠 사이로 다가오는 풀벌레 울음소리. 존재하는 모든 것은 참으로 경이롭고 아름답습니다.
어린 시절 우물 가에서 물을 길어 세수를 한 후 주로 물을 거름더미에 뿌렸는데, 어느 여름날 세숫물 버리려 할 때 어디선가 풀벌레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가만히 귀 기울이니 사방 모든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였습니다. 저는 짧은 한 문장의 글을 남겼습니다. “세숫물 버리려다 발길 멈춘다. 사방에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 베토벤의 교향곡 뿐 아니라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들의 노래 소리, 고흐의 해바라기보다 들녘에 피어난 패랭이꽃 한 포기의 신비로움, 하나님의 손가락이 빚으신 만물은 한없이 신비롭습니다. 이 땅에 평범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모두가 고귀하고 모든 것은 소중합니다. 아름다운 마음은 세상을 아름답게 수놓는 최고의 작가입니다.
나는 평범함을 사랑하기로 했다
중요한 것들에 매달리다
어느 날 마음을 내려놓으니
바닥의 티끌 하나 줍는 일도 즐겁다
사람을 만날 때면
새기고 싶은 말에 귀 기울이다가
무심한 소리에도 숨은 빛이 있음을 보았다
아름다움을 찾아 헤매다
돌에 새겨진 상형문자를 발견한 뒤
세상이 하나의 예술품임을 깨달았다
살아 있는 것,
죽어가는 것 모두
어느 순간 윤동주의 서시처럼 빛나 보였다
나처럼 작은 생명에도
사랑을 쏟으시는 하나님,
그 여호와를
알고 나서야.
여러분의 목사 류응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