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음의 경이로움에 대하여

(2025년 8월 31일)

1849년 러시아 소설가 도스토옙스키는 반정부적인 단체에서 다른 혁명가들과 함께 활동하다 잡혀 사형선고를 받게 됩니다. 감옥에서 8개월 동안 갇혀있다가 동지들과 함께 단두대에 올라가 사형집행을 기다릴 때였습니다. 죽음의 순간이 다가오고 마지막 인사를 하는 순간 그의 마음속에는 무엇인가 뜨거움이 끓어오른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바람이 그의 뺨을 스쳐갈 때 하늘의 빛나는 태양과 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수풀을 바라보는 순간, 그 감정은 살고 싶다는 열정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죽음 바로 직전에 황제의 명령으로 사형집행은 중지되었고 도스토옙스키는 시베리아 수용소에서 4년의 징역형을 선고받게 됩니다. 그리고 그날 자신의 감방으로 돌아와 다시 살아난 그 감격을 글로 남기게 됩니다. “돌아보면 그날만큼 행복했던 때가 없었던 것 같다. 나는 쉬지 않고 계속 방을 걷고 또 걸었다.” 훗날 그의 형에게 보낸 편지에 그때 깨달은 마음을 잘 그려 놓았습니다. “바로 그 순간에야 비로소 내가 형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깨달았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아무것도 아닌 것에 허비하고 비방과 실수와 나태와 무능함 속에서 흘려보냈는지, 그토록 소중한 것들은 얼마나 사소하게 여겼는지, 내 심장과 영혼을 거슬러 얼마나 많은 죄를 지었는지 돌이켜 생각하니, 내 심장에 상처가 나고 피가 흘러.”

죽음의 초침이 다가오는 순간에 삶의 소중함을 깨달은 한 사람, 진정 소중한 것은 인간이라는 자신의 존재 자체에 내재되어 있고, 그것을 깨닫는 사람에게는 하늘이 선물하는 가장 의미있는 삶이 시작됩니다. 인간의 고귀함은 어떤 사상이나 세속적 가치로 평가할 수도 없고 인간 존재 자체에 있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나를 당신의 모양대로 만드시고, 당신의 거룩한 목적을 위해 계획을 가지고 계신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모든 사람은 새로운 탄생의 기쁨을 발견하게 됩니다. 무성한 여름이 지나가는 계절, 다가오는 가을을 바라보면서 모든 것이 변해가는 숲을 가만히 바라봅니다. 며칠 지나면 사라질 풀벌레 소리도, 저 멀리 들려오는 하늘의 새소리도 모든 것이 경이롭기만 합니다. 죽어가는 모든 것을 사랑하리라고 잔잔히 서시를 읊는 윤동주의 글이 심금을 울리는 것은 죽음이라는 메시지 자체가 살아있음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람은 눈에 보이는 모든 자연, 내 살결에 닿는 모든 사물, 존재하는 모든 것이 경이로운 노래로 들려올 것입니다.

오늘 하루, 아침에 눈을 뜨고 하늘의 햇살을 마주하면서, 세상 근심 다 사라진 사람처럼 두 손을 높이 들고 감사를 외치면 좋겠습니다. 바람이 창문을 두드리면 따스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잠시 밖에 걸을 수 있다면 ‘충분히 만족하다’고 고백하면 좋겠습니다. 별들이 내리는 밤에 하루를 돌아보고 미소 지으며 잠들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완벽한 하루가 없다고 노래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살아가다 언젠가 지상의 삶을 내려놓을 때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였노라고 감사의 기도를 드리며 주님의 품으로 들어간다면 참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목사 류응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