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주님과 나눈 대화

(2025년 9월 21일)

긴 여름 햇살을 견딘 나뭇잎이
곱게 물들며 말을 걸어옵니다
“지금이 너도 물들 때야”

풀들은 어제보다 더 낮게 눕고
지나가는 바람이 속삭입니다
“입술보다 먼저 젖은 눈으로 기도해”

나는 아무런 말도 꺼낼 수 없어
방향도 없이 들판을 걷다가
해 질 녘 어스름이 눈앞에 내릴 때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드립니다

기도할 말도 잊은 채
하늘을 향해 용서를 구할 때
마음으로 소리가 들려옵니다
“빈 그릇일 때 하늘이 머문단다”

어둠이 내려 별들이 머리 위를 비출 때
여전히 아파하는 나에게 주님 말씀하십니다
“오늘 기도가 흙에 묻히면
어느 날 들판에 싹이 난단다.”

가을은 자연이 조용히 속삭이는 계절입니다. 푸르던 포도밭은 더욱 깊은 향을 품고 익어가고, 산천의 나무들은 바람에 자신을 내어주며 붉고 노랗게 물들어 갑니다. 자연은 서두르지 않지만, 모든 것은 시간을 따라 이루어집니다. 물들어가는 단풍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습니다. “이제, 너도 물들어야 할 때야.” 자연이 들려주는 말이 아니라 자연을 통해 주께서 들려주는 따스한 음성입니다. 이 가을, 주님으로 우리 영혼이 물들기를 바랍니다. 주님과 깊이 대화하며 주님을 닮아가는 나날 되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의 목사 류응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