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에 눈을 뜰 때

(2025년 10월 12일)

니체는 <우상의 황혼>에서 모든 사람의 영혼을 깨우는 한 마디의 말을 남겼습니다.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 사람은 못 견딜 일이 거의 없다.” 목회자들에게 늘 강조하는 말이 있습니다. “즐겁게 의미 있게” 성도들과 교회를 섬기라는 부탁입니다. 의미라는 말은 일상의 공기처럼 흔한 표현이지만 이 시대는 의미라는 것에 집중하는 시간을 사치처럼 여깁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행복이라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기를 바라지만 그 꼭대기에서 마침내 만나는 것이 죽음이라는 사실은 피하려 합니다. 그러나 진정 가치 있는 삶은 결국 의미와 분리되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철학적 사유라는 고도의 안테나를 세우지 않아도 호흡처럼 느낄 수 있습니다. 삶에서 누리는 기쁨이란 상대적으로 다가오는 감정이기에 어떤 것에 궁극적인 가치를 두는 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결국 인생을 빛내는 가장 아름다운 환희는 자신이 부여하는 의미라는 무지개가 오색 찬란하게 비춰올 때입니다.

지난주에는 암투병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한 성도님과 대화하고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의학적으로 제한된 시간을 허락받은 성도님은 담담하게 고백했습니다. “정해진 시간을 살아간다고 생각하니 삶에서 중요한 것의 순서가 명확하게 보입니다. 목사님이 늘 강조하는 것처럼 오늘 하루를 마지막처럼 보낸다는 것이 정말 실감나게 다가옵니다. 내 인생에 가장 의미있는 삶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그것을 잘 감당하려 합니다. 이 시간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수척한 몸으로 만난 성도님이지만 그의 영혼은 밝게 빛났습니다. 의미가 없다면 하루를 살든 일생을 살아가든 심장 뛰는 일을 발견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진정한 의미를 발견하는 순간 우리는 생명을 던지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될 것입니다. 삶을 당연시하는 일상의 자세에서 벗어나 매일이 기다려지는 설레는 아침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인류 역사에 ‘천재’라는 단어를 탄생시킨 블레즈 파스칼은 1654년 11월 23일 밤 10시부터 12시 반까지 뜨겁게 하나님을 체험한 후에 그 경험을 양피지 조각에 적어 겉옷 안쪽에 꿰매 평생을 지니고 다녔습니다. “철학자와 학자의 신이 아니라 아브라함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 야곱의 하나님.” 39세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파스칼이지만 그의 눈은 하늘에서 찾아온 진정한 의미인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불타올랐습니다. 인생의 의미는 철학이나 과학이나 학자들의 책에서 발견되는 것이 아닙니다. 하늘의 하나님이 세상으로 오신 예수를 통해서만 영혼을 깨어나게 하는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 의미를 발견하는 사람만이 진정한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이 아름다운 가을에 물들어가는 산천, 들녘을 덮는 고요한 황혼 앞에서 우리에게 속삭이는 주님 앞에 깊이 나아가 보시기 바랍니다. 예수님이 호흡하게 만드는 의미요, 우리 삶의 전부입니다.

여러분의 목사 류응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