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함께 달릴까요?

(2025년 11월 9일)

지난주 금요일 새벽기도회를 마친 후에 목사님들과 함께 불런 파크를 두 바퀴 달렸습니다. 섭씨 1도의 온도에 밤새 내린 이슬이 곱게 잔디를 덮었고, 고요한 새벽을 깨고 동녘에 떠오르는 햇살은 대지를 포근하게 감싸며 내렸습니다. 저는 달릴 때마다 지치지 않기 위해 몇 가지 다짐하는 것이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100미터를 달릴 수 있는 힘을 비축해 놓고 뛰는 것입니다. 또한 누군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을 때 당장이라도 그를 도와 줄 수 있는 힘을 남겨 놓고 달립니다. 그런 상태로 달리다 보면 몸도 마음도 여유가 있어 달리는 시간이 참 즐겁습니다. 봄이나 여름이면 피어오르는 꽃향기를 깊이 마실 수 있고, 가을이면 물들어가는 단풍을 감상하고 겨울이면 찬 바람 소리를 마치 노래처럼 들으면서 행복 넘치는 마음으로 달립니다.

혼자 달릴 때면 또 한 가지 하는 일이 말씀을 묵상하는 일입니다. 이때는 다른 생각을 할 여력이 없기 때문에 집중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입니다. 이번 주 설교할 본문을 묵상하고, 준비한 설교의 흐름을 차례대로 머릿속에 그려 보기도 합니다. 새로운 생각이 떠오를 때면 달리다가 셀폰을 꺼내 간단하게 노트에 기록하거나 음성 메시지에 남기면서 뛰기도 합니다. 그렇게 말씀을 묵상하면서 달리다 보면 주님께서 곁에서 나와 함께 뛰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마지막에 다다르면 모든 힘을 다 쏟아 쓰러질 듯한 모습으로 끝까지 달립니다. 언제나 달리기를 마치고 나면 땀이 흘러내리는 얼굴을 셀폰으로 찍어 인증사진을 남깁니다. 칙센트미하이가 <몰입>이라는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달릴 때 느끼는 그 넘치는 환희를 그렇게 누리곤 합니다.

목사님들과 함께 달리면 행복함이 두 배로 늘어납니다. 누군가 곁에서 함께 보조를 맞춰 뛰다 보면 혼자 뛰는 것보다 힘들지 않습니다. 달릴 때의 대화는 무겁지 않고 편안한 느낌을 주기에 대화를 나누는 것 그 자체가 행복합니다. 잘 뛰는 사람은 뒤처지는 사람을 위해 보조를 맞추기도 하고, 힘겨운 순간에도 곁에서 달리는 사람이 있어 평소보다 더 힘을 내곤 합니다. 달리기를 하다 보면 달리기는 신앙생활과 참 유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목적지가 있다는 사실은 아무리 지쳐도 다시 힘을 내게 합니다. 인생 여정에 목적지가 없다면 우리는 참 어두운 삶을 방향도 없이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신앙이란 하나님 앞에 단독자로 서야 하는 외로운 여정이기도 하지만, 한편 하나님이 한 몸으로 불러주신 지체들이 한 공동체를 이루어 나가는 행복한 여행이기도 합니다. 서로를 알아가고 서로를 위해 간절히 기도하고, 아픔과 기쁨을 나누면 진정한 하나 됨을 느낍니다. 우리 사랑하는 성도님들, 이 아름다운 가을 천국을 향한 거룩한 영적 달리기와 지상에서 땀 흘려 달리는 행복한 시간으로 주님과 깊은 교제를 함께 나누어 보시면 어떨까요.

여러분의 목사 류응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