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7일)
토요새벽예배에서 ‘기독교 고전에서 하나님을 만나다’라는 주제로 시대를 넘어 우리에게 감동적인 가르침을 주는 고전을 말씀에 비추어 살피고 있습니다. 많은 성도님이 평소에 가진 신앙의 궁금증을 해결하고 문학 속에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간증과 격려를 보내오셔서, 함께 말씀의 향기를 나누는 즐거운 시간이 되고 있습니다. 밀턴이 쓴 <실낙원>을 두 주 동안 다루면서 한 사람의 작품을 통해 하나님의 마음과 인간의 상황에 대해 깊이 생각을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실낙원>이 쓰여진 이후로 모든 영시는 이 책의 주석에 불과하다고 말할 정도로 인류 역사에 가장 깊은 울림을 남긴 책입니다. 작은 글씨로 300페이지나 되는 엄청난 분량의 시를 쓴 자체도 놀랍지만, 앞을 보지 못하는 밀턴이 말하는 것을 그의 딸이 받아 적어 책이 탄생했다는 사실은 실로 믿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밀턴은 16세에 케임브리지 대학에 진학하여 고전어, 철학, 신학을 공부하고 뛰어난 재능을 인정받아 나라의 장관직에 있었지만, 정권 교체기에 감옥살이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가 세상에 나왔을 때 세상은 신 중심의 질서가 무너지고 인간 중심의 세계관이 지배하기 시작했습니다. 실명한 상태에서 그가 하나님을 위해 할 수 있었던 최선의 일은 글을 통해 하나님의 역사를 변증하는 일이었습니다.
밀턴은 장대한 서사시를 시작하면서 그 목적을 첫 페이지에 분명하게 밝힙니다. “인류에 대한 하나님의 길이 옳다는 것”을 전하기 위해 성령께 나의 영혼의 눈을 밝혀 달라는 기도로 글을 시작합니다. 밀턴의 시에서 가장 특이한 것은 사탄의 심리를 너무나 실감나게 묘사했다는 사실입니다. 학자들 가운데는 사탄이 진정한 영웅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밀턴이 자신도 모르게 사탄을 영웅시했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탄의 계략은 결국 하나님의 더 큰 은혜를 드러내는 도구가 될 뿐입니다. 밀턴의 시에서 이런 사실을 보여줄 때 인용되는 한 표현이 있습니다. ‘Felix Culpa, 행복한 타락.’ 인간의 타락은 너무나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이 타락으로 인하여 하나님께서는 구원자 메시아를 약속하심으로 하나님의 더 큰 은혜를 드러내는 역할을 했다는 것입니다.
밀턴의 글에서 하나님이 인간에게 기대하는 것이 어떤 삶인지를 보여주는 한 구절이 있습니다. “굳세어라, 행복하라, 무엇보다 사랑하라/ 그분을 사랑하는 것은 곧 순종하는 것이니, 지키라/ 그분의 위대한 명령을, 주의하라/ 감정이 판단을 흔들어 자유의지로는 하지 않았을 일을/ 저지르지 않도록.” 하나님은 우리가 견고하게 서서 늘 기뻐하기를 원하십니다. 무엇보다 사랑하라! 그 무엇보다 사랑하기를 간절히 기대하십니다. 그리고 하나님을 향한 가장 확실한 사랑의 증표는 ‘순종’이라고 하십니다. 우리에게 생명보다 중요한 것이 사명이지만, 사명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면 바로 순종입니다. 타락한 인류를 구원하시기 위해 예수님이 보여주신 것이 바로 이 순종입니다. 죄인 된 우리를 위해 당신의 생명을 내어놓는 순종,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에 순종할 때 마침내 우리는 주님을 따르는 진정한 제자가 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목사 류응렬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