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감당하지 못할 사람들

(2026년 3월 1일)

브라질에서 열린 시드(SEED) 남미선교사 지역대회를 다녀왔습니다. 주일예배를 마치고 밤 10시 30분 출발을 위해 비행기에 탑승했지만 폭설로 비행기 안에서 3시간 묶였다가 결국 캔슬되고 말았습니다. 항공사에서 정해준 호텔에서 몇 시간 눈을 붙이고 다시 비행기에 올라 두 시간 지연을 거쳐 브라질을 향해 날아올랐습니다. 더센트 커피팀과 의료팀 모두 지친 몸이었지만 한결같이 알 수 없는 기대감으로 부풀어 올랐습니다. 이렇게 힘겨운 과정을 겪을 때는 반드시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가 있음을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10시간의 비행 끝에 현지에 도착했을 때는 밤 11시,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새벽이 되었습니다. 짧은 일정에 빈틈없는 스케줄이었지만 제 생애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의미있고 가슴 벅찬 선교대회였습니다.

시드 선교회는 우리 교회가 1990년에 시작하였고 지금은 독립된 선교단체가 되었습니다. 한 교회가 세운 선교단체가 오늘날 270명 정도의 선교사들을 파송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가 기독교 역사에 남을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시드 선교회는 대륙별로 9개 지역으로 나뉘어져 있고 4년에 한번 국제대회, 그 사이에 각 지역별로 한 번씩 모임을 가집니다. 저는 국제대표를 맡고 있지만 목회 사역으로 인해 아쉽게도 1년에 한 곳 정도만 참석하고 있습니다. 더센트 커피팀은 예수님을 대하는 심정으로 모임 전후마다 커피를 내렸고 선교사님들은 한 잔의 커피에 너무나 행복하고 고마워했습니다. 소중한 시간과 많은 재정을 들여 참석한 선교팀들을 통해 선교사님들마다 격려와 힘을 얻는 것을 보면서 더센트 커피팀의 모든 피로는 사라지고 기쁨과 보람으로 가득한 시간이었습니다. 선교사님들의 선교보고를 들으면서 저는 한 시대 이런 선교사님들과 함께 호흡한다는 사실에 고마움과 감동의 마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모두가 인생의 황금기인 20대, 30대부터 헌신하여 20년이 넘도록 선교하신 분들이고 열악한 상황에서 사역함에도 넘치는 기쁨으로 섬기는 것을 보았습니다. 브라질이 가톨릭의 철벽을 뚫고 현재 30% 정도가 복음화된 것이 하나님께서 이 분들의 눈물어린 수고와 헌신을 통해서 이루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료팀의 정밀 진찰을 받은 선교사님들은 대부분 건강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하지정맥을 치료받지 않은 채 오랜 시간이 지나 다리가 변색 된 사모님도 있었습니다. 그정도로 심각한 상태임을 모른 채 달려온 아내의 다리를 쓰다듬으면서 미안하다는 듯이 고개를 숙이는 남편 선교사님의 그 애잔한 모습에 저는 눈물이 흘렀습니다. 도시에서 이미 30년 이상 선교하고 계신데 예수님이라면 더 복음이 필요한 지역으로 가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에 사막으로 둘러싸인 작은 오지로 들어가 사역하는 선교사님은 그곳에서 준비가 되지 않은 채 목회하는 많은 사역자를 잘 훈련시켜 교회마다 엄청난 부흥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선교사님이 한마디 하셨습니다. “목사님, 내가 죽을 때는 찾아오지 않아도 됩니다.” 주님이 자신을 데려가시는 날, 현지인들에게 지극한 사랑을 받으며 행복하게 살다가 주님께 가기 때문에 자신을 찾지 말라는 부탁에 저는 이분들이야말로 세상이 감당하지 못할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님, 우리 한번의 인생을 정말 이렇게 살다가 주님 앞에 서게 하소서.

여러분의 목사 류응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