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8일)
제가 중국에서 지냈던 장춘(長春)은 ‘긴 봄’이라는 뜻을 가진 도시의 이름입니다. 그러나 저의 기억 속 장춘의 겨울은 길고 혹독한 추위로 뒤덮인 계절로 남아 있습니다. 밤새 내린 눈이 아침이면 거리를 하얗게 덮고, 매서운 바람이 도시를 가득 채우곤 했습니다. 사람들은 두꺼운 외투의 깃을 여미며 발걸음을 재촉했고, 저녁이 되면 추위를 피해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곤 했습니다. 거리 한쪽에서 피어오르던 군고구마와 군밤의 따뜻한 냄새가 차가운 겨울 속에서도 작은 위로가 되었던 시절을 추억하게 합니다. 겨울이 길어 사람들의 봄에 대한 기다림도 더욱 간절했을 것이기에 ‘장춘’이라는 이름은 긴 겨울을 지나 반드시 찾아올 봄을 바라보는 소망의 표현이었을 겁니다.
길고 차가웠던 겨울을 뚫고 며칠 동안 비가 곱게 내리더니 오늘은 공기 속에 봄기운이 스며든 것 같습니다. 차가웠던 바람이 조금씩 부드러워지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새들의 소리가 계절의 변화를 알려 주더니 교회 뜰에 노란 꽃잎을 틔운 수선화는 확실하게 봄의 상륙을 알려줍니다. 영국 시인 셸리가 읊은 “겨울이 오면 봄이 멀지 않으리”라는 시의 한 구절은 자연뿐 아니라 우리 삶에도 그대로 나타납니다. 긴 겨울 같은 인생의 시간을 보내지 않았던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저마다 마음이 지치고 길이 보이지 않는 시간, 기다림이 길어 낙심이 되는 시간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하나님이 주시는 시간 속에서는 겨울이 끝나지 않은 채로 머무는 법이 없습니다. 아무리 깊은 어둠이라 해도 우리가 지나는 것은 끝이 없는 동굴이 아니라 빛이 기다리는 터널입니다.
봄은 땅의 만물을 깨우는 계절입니다. 자연만 깨우는 것이 아니라 잠든 우리의 영혼도 깨웁니다. 예수님을 만난 사람들은 봄처럼 사는 사람들입니다. 지친 사람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로 위로가 되는 사람, 어두운 길을 걷는 이들에게 작은 빛이 되어 주는 사람이 됩니다. 그와 대화하면 웃음꽃이 피어나고 평안이 찾아옵니다. 예수님을 만난 사마리아 여인은 수치와 고통 가운데 따스한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외로움으로 버려진 나환자들은 예수님을 만나 봄 같은 포근한 환대를 받았습니다. 우리 인생도 어느 순간 이 예수님이 찾아오셔서 나의 주되신 것입니다.
올 봄에는 우리 마음에도 새싹이 돋아나기를 바랍니다. 예수님의 사랑 안에서 믿음의 새싹이 자라고, 하늘의 소망으로 기쁨의 꽃이 피어나기를 소망합니다. 올 봄에는 어린 아이 뛰노는 웃음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여유가 있기를 바랍니다. 겨울처럼 차갑고 길게 느껴지는 삶을 만나도 낙심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태산 같은 흰 눈이 온 세상을 덮어도 봄은 반드시 찾아옵니다. 어떤 환경이 우리를 에워싼다 해도 예수님의 손을 붙들면 푸른 물이 오르는 싱싱한 나무처럼 다시 일어날 것입니다. 우리 예수님이 계신 곳은 언제나 봄이기 때문입니다. 주님, 당신이 봄입니다.
여러분의 목사 류응렬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