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내리고 있습니다

(2026년 9월 13일)

길었던 여름날 뜨거운 하늘이 맑은 햇살 앞에 자리를 내어줄 때
푸른 나뭇잎 사이마다 붉은 그리움으로 물들어갈 때
가을은 조용히 우리 곁에 내리고 있습니다

지나가는 바람 앞에 들녘의 나무들이 이파리를 하나씩 내려놓습니다
세상은 더 높이 오르는 것이 성숙인 줄 알고 달려가는데
가을은 잘 내려놓는 것이 더 깊어지는 길이라고 말합니다

이번 가을에는 조금 더 주님 발 앞에 엎드리고 싶습니다
사람의 소리에서 한 걸음 물러나 주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고
아픔과 고통의 작은 신음까지 주님 발 앞에 내려놓고 싶습니다

이번 가을에는 말씀의 거울 앞에서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고 싶습니다
주님께서 보시는 그 눈으로 자신을 살펴보고 싶습니다
허물 많은 모습까지 외면하지 않고 은혜의 손으로 다독이고 싶습니다

단풍이 물들어갈수록 화려한 꽃이 아니라 깊은 향기를 품은 들꽃처럼
많은 말보다 따뜻한 침묵의 언어로 내면을 채워 가며
사랑이란 이름으로 모든 것을 품어 내는 익어 가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주님, 가을이 깊어질수록 당신의 향기를 더욱 깊이 드러내게 하시고
순간마다 아름다운 삶을 노래하며 만나는 사람마다 소중히 대하며
제 영혼이 당신으로 깊이 물들어가는 그런 가을을 맞이하게 하소서

여러분의 목사 류응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