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일)
플라톤이 쓴 <국가>에 동굴의 비유가 나옵니다. 오랜 세월 서양철학사를 이끌어 온 비유로써, 신앙적으로 이해하면 예수 밖의 삶과 예수 안의 삶을 잘 설명해 줍니다. 플라톤은 우리가 처한 세상을 현상 세계와 이데아 세계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현상 세계는 불완전한 세계로 이데아의 그림자에 불과하며, 이데아 세계는 완전하고 이상적인 세계입니다. 이데아를 설명하기 위해 플라톤은 빛이 들어오지 않는 동굴 안에서 어린 시절부터 다리와 목이 쇠사슬에 묶인 죄수를 등장시킵니다. 자유롭게 고개를 돌릴 수 없는 상황이고, 오직 얼굴만 동굴의 벽으로 향해 있습니다. 이 죄수들 뒤편에는 모닥불이 피워져 있고 사람들은 그 앞에서 그림자 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죄수들이 보는 것은 그 모닥불이 보여주는 그림자 뿐이고, 그 그림자를 실체라고 믿고 살아갑니다.
여기에서 플라톤이 던지는 질문이 있습니다. 만일 죄수 중에 한 사람이 쇠사슬을 끊고 뒤를 돌아본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생애 처음으로 보는 그 모닥불에 눈이 부실 것입니다. 마침내 그 죄수가 동굴에서 벗어나 하늘에 떠 있는 태양을 본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처음에는 눈이 부셔 아무것도 보지 못하다가 서서히 지금까지 자신이 본 모든 것이 그림자이고 실체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것입니다. 실체를 보고 나면 이제까지 그림자를 보며 살아온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안타까울까요. 그림자를 보며 즐거워하고 그림자를 더 얻기 위해 추구한 삶을 돌아보며 얼마나 하찮은 것을 좇아 살아왔는지 확인하게 될 것입니다.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는 그리스도가 없는 삶과 그리스도를 만난 후의 삶을 잘 보여줍니다. 예수를 모른 채 세상이 전부인 줄 알고 살아온 모든 날은 천상의 찬란한 기쁨과 아름다움에 비하면 초라한 그림자에 불과합니다.
많은 사람은 자신이 추구하고 있는 것이 한낱 무가치한 그림자라는 것을 깨닫지도 못한 채 평생 그것을 붙잡으려 달려갑니다. 그러나 영의 눈이 열려 우주 만물의 주인이요 창조주가 되시는 예수님을 만날 때 가치관에 혁명이 일어납니다. 하늘의 실체를 본 것입니다. 이 비밀을 깨달은 바울이 말합니다. “내가 예수 그리스도와 십자가 외에는 아무 것도 알지 않기로 작정했노라. 예수를 알아가는 것이 가장 고상한 지식이라.” 바울뿐 아니라 주님을 만난 모든 사람의 고백이 되어야 합니다. 주님을 만나면 더 이상 그림자에 만족하지도 않고 그림자 같은 삶을 추구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동굴 안으로 다시 뛰어들어가 외칠 것입니다. “우리가 머물러야 할 곳은 여기가 아닙니다. 저 밖에 찬란한 태양이 있고 푸른 하늘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하늘의 태양 빛을 맛본 사람, 진정한 생명의 빛을 발견하고 외치는 사람들, 이들이 진정 예수를 만난 그리스도인입니다.
여러분의 목사 류응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