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13일)
브라질 출신의 시인 마샤 메데이로스가 쓴 “서서히 죽어 가는 사람”이라는 제목의 시가 있습니다. “여행을 하지 않는 사람, 책을 읽지 않는 사람, 삶의 음악을 듣지 않는 사람, 자기 안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지 않는 사람은, 서서히 죽어 가는 사람이다.” 시인은 서서히 죽어 가는 사람의 목록을 몇 가지 더 밝힙니다. 삶에서 습관의 노예가 된 사람 혹은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지 않는 사람, 열정 없이 흑백처럼 구분을 좋아하는 사람, 자신의 일을 즐기지 못하고 자신의 에고로 가득한 사람, 이런 부류의 사람은 삶의 희열을 모른 채 서서히 죽어 가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시인의 글을 거울 삼아 들여다 보면 세상의 많은 사람은 죽어 가는 사람에 속할 것입니다. 어쩌면 대부분이 죽어 가는 사람의 모습을 띠고 열정 없이 살아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거울 속에서 발견할지 모릅니다.
새벽을 뚫고 힘차게 솟아오르는 태양을 보면서도 가슴에 젖어드는 감동을 느끼지 못한다면 심장이 뛰고 있어도 영혼이 메말라 가는 사람일 수 있습니다. 새날을 꿈꾸지만, 곁에 있는 오늘의 소중함을 모르는 사람은 인생의 참된 가치를 상실한 사람일 수 있습니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만날 때 그가 틀렸다고 단정짓고 자신을 고집하는 사람은 생각이 죽은 사람이요, 노력하지 않았는데 얻은 과분한 행운을 오로지 자기 것으로 여기는 사람은 정직한 땀의 가치를 망각한 죽은 양심의 사람일 것입니다. 길을 걷다가 들려오는 음악 소리 혹은 어디선가 들려오는 아이의 울음 소리에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면 뜨겁게 흐르는 혈관 속의 피에 감성이라는 세포가 사라진 것이 아닌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서서히 죽어가는 사람이란 심장 박동수가 줄어드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상을 바라보는 경이로움을 상실한 사람, 하나님의 최고 걸작품인 사람을 바라볼 때 존귀한 태도를 놓쳐버린 사람입니다.
하늘을 버리고 세상에 오신 예수님이 하신 일은 단지 우리 영혼을 살리는 것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하나님이 없는 세상에서 우리가 발견하는 것은 최상의 삶을 살아낸다 해도 마침내 허무와 죽음 앞에 굴복하는 삶의 유한성입니다. 가을 들녘에 맺힌 이슬처럼 잠시 존재하다가 사라질 우리 인생 위에 예수님은 놀라운 일을 하셨습니다. 살아 호흡하는 모든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땅 위에 발을 딛고 서 있는 매일이 얼마나 특별한 것인지 가르쳐 주셨습니다. 하나님을 경외하며 살아가는 사람에게 삶이란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운명이 아니라 사명을 향한 소망의 순례길이기 때문입니다. 부디 우리 영혼에 주님으로 인하여 부르는 신비한 삶의 노래가 그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고통과 아픔으로 얼룩진 삶이라 해도 주님으로 인하여 외치는 삶의 기쁨과 감격이 우리의 호흡이 되기를 바랍니다. 부디 그렇게 살아있는 삶을 살다가 주님 앞에 서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의 목사 류응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