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0일)
아름다운 단풍으로 물들어가는 버지니아의 가을에 ‘하나님과 친밀함’이라는 주제로 강준민 목사님을 모시고 교회 설립 51주년을 기념하여 부흥회를 가졌습니다. 친밀함이란 참 소중하고도 애틋한 단어입니다. 하나님과 관계 뿐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 누구라도 친밀함을 원하지만 진정한 친밀함을 간직하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목사님은 설교에서 친밀함이란 익숙함이 아니라 경외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시편에서 다윗은 “여호와의 친밀하심이 그를 경외하는 자들에게 있다”고 노래합니다. 한 나라의 왕일지라도 하나님 앞에 엎드리는 진정한 경외감이 있을 때 곁에 계시는 하나님을 더 깊이 누릴 수 있었습니다. 친밀함이 경외감으로 나아가는 데는 사고의 전환과 생활의 결단이 필요합니다. 누군가와 오랜 시간을 보내고 깊이 대화할수록 우리는 더 익숙해지기 마련입니다. 진정한 친밀감이란 책임과 존중이 수반되어야 건강한 관계와 기쁨과 성숙의 열매를 맺습니다. 친구나 남편과 아내 혹은 성도 사이라 해도 그리스도 안에서 진정한 친밀감이 존중과 배려라는 그릇에 담길 때 그 관계는 세월 따라 짙어가는 포도향처럼 깊은 맛을 더할 것입니다.
하나님과 친밀함이란 말은 죄인 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닙니다. 우리의 아름다운 의를 다 모은다 해도 거룩하신 하나님 앞에서는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는 누더기 같은 존재에 불과합니다. 하나님과 친밀함의 시작은 우리가 아니라 하나님 자신입니다. 죄인을 향해 자비와 긍휼의 손을 내미시는 하늘 아버지가 계시기에 허물과 죄악 속에서도 얼굴을 들어 하나님을 바라봅니다. 모든 수고와 열정을 다 쏟는다 해도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는 다리는 찾을 수 없습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유일한 통로는 예수 그리스도라는 다리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를 향해 따스한 미소를 지으시고 모든 것을 용납하시는 하나님의 사랑만이 친밀한 관계의 시작이요 호흡이 끝나는 날까지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소망입니다. 하나님과 친밀함은 구원의 은혜를 입은 하나님의 자녀에게 하늘이 베푸는 최고의 선물입니다.
하나님과 친밀함을 경험하고, 회복하고, 유지하기 위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분주한 일상과 나름대로의 열심으로 하나님을 향한 방향을 상실하지는 않았는가, 외적인 친밀한 모습과 달리 깊은 내면을 바라보시는 하나님과 관계가 무너져 있지 않았는가 살펴야 합니다. 하나님과 친밀함은 단순한 신앙생활이 아니라 호흡마다 주님과 관계를 이어가는 삶 자체입니다. 때로는 하나님과 친밀함을 위해 광야 같은 고독과 침묵의 자리로 나아가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아픈 상처를 감싸고 묵묵히 주님을 바라보아야 할 때도 있습니다. 부서진 그 자리에서 진정한 부서짐을 경험한 주님의 아픔이 보일 때, 그때 십자가는 나를 치유하는 주님의 능력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올해 가을은 찬란한 색으로 물들어가는 단풍처럼 하나님과 친밀함의 자리로 나아가 영혼이 주님의 성품으로 물들기를 바랍니다. 우리를 지켜보시는 하나님의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흐를 때 우리 영혼은 지상에서 넘치는 기쁨을 경험할 것입니다.
여러분의 목사 류응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