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2일)
차가운 겨울 하늘을 열고 봄비같이 포근한 비가 내렸습니다. 대지 위에 내려앉은 비는 추위에 얼어붙은 땅을 어루만지듯 포근하게 그리고 살포시 내렸습니다. 지난번 내린 폭설의 흔적은 내리는 빗줄기에 녹아 드넓은 대지의 말끔한 속살을 드러냅니다. 창문을 열고 내리는 빗줄기를 바라보고 있으면 어지러운 한국의 정치 상황도, 캘리포니아의 산불도, 그리고 워싱턴 포토맥 강 위의 비행기 사고와 같은 세상의 모든 아픈 소식을 조금은 씻어내 주는 것만 같습니다. 차분하게 내리는 비를 맞으며 숲으로 한 걸음씩 걸어봅니다. 이렇게 포근한 비에 멀지 않아 벚꽃이 필 것이고, 하늘의 새들이 울 것이고, 산천은 더욱 푸르러 갈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봄이 오기 때문에 새가 우는 것이 아니라, 새가 울기에 봄이 오는 것입니다. 따스한 날씨가 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따스한 마음이 봄 같은 세상을 만들어 갑니다. 아무리 긴 어둠이 대지에 내린다 해도 다가오는 아침의 도래를 막을 수는 없듯이, 차가운 겨울 같은 세상이라 해도 희망과 사랑을 품은 사람들은 비로소 아름다운 세상을 꽃피울 것입니다.
살포시 내려앉은 비를 맞으며 걷다 보니 하늘의 선물을 맞는 것처럼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내리는 비에 죽은 풀잎도 되살아나듯이, 생명 같은 비가 스며들면 모든 자연이 깨어납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엄청난 힘이 아니라 따스한 한 줄기 봄비라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픔의 시간을 지나는 사람을 향한 따스한 말 한마디와 연약한 사람을 향한 정중한 몸짓 하나가 겨울같이 차가웠던 사람의 마음을 녹이고 차가운 이 세상을 조금 더 따스한 사람이 살아가는 땅으로 만들 것입니다. 아직도 겨울은 저만치 남아있지만, 땅을 간지럽히는 봄비같이 내리는 빗줄기가 싫지는 않을 것입니다. 잠들어 있는 자신의 내면을 깨워주는 계절의 노크에 겨울도 기지개를 켜고 봄으로 다시 피어날 것입니다. 아무리 세찬 바람 이는 세상이라 해도 이렇게 소중한 손짓으로 다가오는 봄비 같은 한 사람을 만나면 세상도 향기나는 땅으로 꽃을 피울 것입니다.
우리 예수님은 겨울에 내리는 봄비 같은 분입니다. 어두운 세상에 빛으로 오신 예수님, 저마다 얼어붙은 마음으로 아파하는 세상에 오셔서 우리의 마음을 녹이고 상처 입은 영혼을 어루만지신 예수님, 예수님 곁에는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봄 같은 평온함을 느낍니다. 예수님을 만난 사람은 봄 같은 마음을 품습니다. 절망과 죄악의 겨울 속에 살아가던 우리에게 은혜의 빛을 비추시고 십자가 사랑으로 생명의 봄을 우리에게 선물해 주신 예수님. 주님의 그 지극한 사랑으로 심장에 따스한 피가 흐르는 사람은 어느 곳에 서 있든지 봄 같은 기운을 퍼뜨릴 것입니다. 예수님을 사랑하며 걸어가는 우리도 따스한 봄을 부르는 소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사랑하는 마음, 하나되는 손길, 따스한 눈길만으로도 세상은 이미 겨울을 씻어내는 봄의 노래로 가득할 것입니다. 따스한 봄같은 사람에게서 봄은 시작됩니다.
여러분의 목사 류응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