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이 다하는 날까지

(2025년 9월 28일)

안식월을 보내면서 주일마다 참으로 감격스럽고 의미있는 예배를 드렸습니다. 저에게 주일이면 설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지만, 이번 안식월 동안에는 하나님 앞에서 예배자로 서기를 원했습니다. 예배하러 가는 교회마다 알리지 않고 한 사람의 성도로서 예배를 사모하는 마음으로 조용히 회중석에 앉았습니다. 다양한 교회를 경험했지만, 예배를 통해 하나님이 주시는 은혜는 한결 같았습니다. 가을이 깊어가는 주일에 뉴욕 퀸즈장로교회 예배를 참석했을 때였습니다. 김성국 담임목사님은 췌장암으로 투병생활을 2년 가까이 하고 계십니다. 저는 가끔 전화로 안부를 묻고 기도를 하다가, 이번에는 한번 찾아 뵈어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그래도 편찮으신 목사님께 불쑥 나타나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예배에 참석해서 목사님을 뵙고 기도 한번 하고 돌아오겠다고 말씀드렸더니, 주일 강단을 섬겨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매주일 강단에 서는 목사님의 말씀이라 두 번 생각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목사님은 3년 전에 우리 교회에서 열린 KWMC 선교대회 주강사로 오셨고, 100명이나 되는 교인들이 뉴욕에서 함께 와서 영광스러운 특별찬양을 올려 드렸습니다. 투병생활 중에 호흡도 하기 힘겨운 몸을 이끌고 생명을 바치는 마음으로 매주 강단을 지키셨습니다. 때로는 1부만 설교하고 영상으로 대신하리라 생각하다가도 예배가 마치면 다시 강단에 오르고 그렇게 매주 3부 설교까지 강단에 서셨습니다. 목사님이 전한 설교는 언어가 아니라 가슴에서 흘러나오는 절규요, 피로 토해내는 생명의 울림이었습니다. 목사님께서 목회칼럼에 저에 대해 쓰고 사모하는 예수님을 향한 신앙고백으로 글을 맺었습니다.
 
“오늘 우리 교회에 반가운 손님이 방문하셨습니다. 안식월을 맞으신 와싱톤중앙장로교회 류응렬 목사님이 예배에 참석만 하시려 했습니다. 하지만 저의 강청에 따라 주일설교를 하시게 되었습니다. 아시는 대로 그 지경의 넓이를 능히 알 수 없는 신학적, 목회적 영향력을 가지신 따뜻하신 목사님이십니다. 시대의 깊은 아픔을 눈물겹게 어루만져 주시는 사랑하는 류응렬 목사님.” 목사님은 글을 맺으면서 우리 모두가 그리워해야 할 반가운 만남을 소개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 모두가 기다리는 분이 계십니다. 마라나타! 마라나타의 예수님! 그분이 오실 때 그리스도인의 모임은 풍성할 것이요 완성될 것입니다.” 목사님의 이 한마디는 단순한 소망을 넘어 주님을 향해 드릴 수 있는 최선의 고백이었습니다.
 
목사님을 뵈면서 목회자의 삶과 설교자의 자세가 무엇인지 다시금 돌아보았습니다. 성도들을 위해 삶을 드리는 목자요 주님의 복음을 위해 생명을 드리는 설교자가 어떤 사람인지 목사님은 삶으로 보여주셨습니다. 그렇게 살아가야 할 이유가 분명했습니다. 우리를 기다리는 주님, 다시 오실 예수님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부디 저도 호흡이 다하는 날까지 그런 마음으로 진리의 복음을 외치기를 열망합니다. 우리도 주어진 한 번의 인생, 매일 마지막인 것처럼 남김없이 불태우기를 소망합니다. 이런 귀한 목자를 우리 시대에 보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목사님의 신속한 쾌유를 빕니다.

여러분의 목사 류응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