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이 계획대로 펼쳐지지 않을 때

(2026년 2월 15일)

한 주 동안 고든콘웰신학대학원 박사과정 학생들의 수업을 인도했습니다. 참으로 반가웠던 것은 34명의 학생들 가운데 반 이상이 제가 가르친 제자들이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목회한 지가 14년째 접어들었으니 강산이 한 번 바뀌고 남을 시간인데도 옛 제자들과 대화하다 보니 지난 10년의 교수 시절이 어제처럼 선명하게 다가왔습니다. 과거 학창 시절 청년의 시기를 지나 많은 제자들이 담임목사로 섬기는 것을 보면서 자랑스러움과 고마움이 마음 깊이 찾아왔습니다.

수업 중에 ‘존 칼빈’에 대해 나눔을 가졌습니다. 오늘날의 존 칼빈이 있기까지 몇 가지 사연이 있었고, 그 일은 그가 계획한 것도 기대한 것도 전혀 아니었습니다. 칼빈은 파리대학교 니콜라스 콥 총장의 취임 연설문을 도와주었다가 도망자 신세가 되었습니다. 오래전에 프랑스 파리를 방문했을 때 몽마르뜨 언덕의 한 골목길 담벼락에 “칼빈이 피신했던 집”이라는 문패를 본 적이 있습니다. 놀랍게도 도망자의 신세가 되었을 때 그가 쓴 대작이 성경 다음으로 중요하게 읽히는 <기독교 강요>라는 책입니다. 이 책이 출판되던 해에 칼빈은 하루 머물 계획으로 제네바를 방문했습니다. 당시 스위스에서 종교개혁을 일으키고 있었던 파렐이 칼빈을 붙들었고, 전혀 마음이 없었음에도 칼빈은 그곳 성 삐에르 교회에서 결국 목회를 시작했고, 그곳에서 주님의 부름을 받았습니다. 그가 목회하면서 남긴 주석과 설교는 당시 종교개혁을 체계적으로 완성시킨 기틀이 되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 인생에 계획하지 않았던 삶을 통해서도 샘물을 찾게 하시고 꽃을 피우게 하실 때가 있습니다.

칼빈의 인생을 들으면서 어쩌면 자신의 삶도 불가항력적인 하나님의 인도하심이었다며 제자들이 본인들의 스토리를 들려주었습니다.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나름대로 꿈을 품고 목회의 길로 들어섰지만 생각처럼 펼쳐지지 않았던 일들을 경험해야 했습니다. 남도의 한 작은 섬에서 목회하는 목사님은 자신의 현재 모습을 보면서 하나님이 왜 이곳에 보내셨는지 수년을 고민하다가 이제는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이 너무나 소중하게 보인다며 이곳에서 한 영혼을 향한 목자의 마음을 진심으로 깨닫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강원도 오지에서 어르신들 수십 명을 대상으로 목회하는 분은 때가 되면 이곳을 떠나리라 몇 번이나 생각하다가, 한 분씩 장례를 집례하면서 가장 연약한 사람들을 향한 주님의 마음을 새기게 되었다고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주님이 맡겨주신 소수의 성도들을 위해 외로움을 이겨가며 목회의 자리를 지키는 분이었습니다. 대도시에서 목회하는 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각기 나름대로의 계획이 있었지만 하나님은 전혀 다른 길로 인도하셨고 마침내 그곳이 내가 서 있어야 할 자리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목회의 기쁨과 의미를 발견했다는 고백이었습니다. 힘겨운 목회 상황에 주님의 부르심을 위해 젊음을 드리는 귀한 목사님들이 자랑스러웠고, 이들을 통해 당신의 뜻을 펼쳐가시는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습니다. 계획처럼 인생이 펼쳐진다면 감사한 일입니다. 그러나 생각지 못했던 길로 들어선다 할지라도 하나님이 인도하신 길이라면 그곳에서도 결국 꽃은 피게 됩니다. 우리의 계획이 아니라 하나님이 인도하시는 길이 바로 그 길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목사 류응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