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니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2026년 6월 28일)

지난주에 캔터키 루이빌에서 우리가 속한 PCA 교단 총회에 참석했습니다. 첫날 저녁에 만명 정도의 목회자들과 방문자들이 함께 예배하며 총회를 시작하는데, 교단의 한 목사로서 깊은 감동과 자랑스러운 마음이 솟았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많은 교회가 심각한 감소 현상을 경험한 것은 오래된 일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우리 교단은 지난 30년 동안 100% 이상 증가했고 지금도 계속 교회가 부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 교단은 성경을 무오한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고, 예수 그리스도가 유일한 주님이라는 것을 믿고, 세계 선교를 위해 달려가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습니다. 성경이 말씀하는 가장 핵심 내용을 중심에 간직하고 나아갈 때 하나님께서는 오늘과 같은 특별한 은혜를 허락해 주셨습니다.

총회가 열리는 루이빌은 제가 박사 공부를 했던 서든뱁티스트 신학대학원이 있는 도시입니다. 공항에 내리자마자 바로 학교를 방문해서 가장 먼저 채플에 들렀습니다. 고요한 빈 의자가 침묵 가운데 긴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안고 있었습니다. 예배할 때마다 늘 앉았던 자리에서 기도하는데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습니다. 한 시대 이곳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더 깊이 알아가기 위해 주님 앞에 무릎을 꿇으며 치열하게 책과 씨름했고, 하나님이 주시는 비전을 가슴에 품고 삶을 불태웠던 곳입니다. 졸업한 지가 23년이나 지났지만 교정의 잔디밭을 거닐며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니 모든 것이 어제처럼 선명하게 다가왔습니다. 매일 도서관 문을 닫을 시간에 나오면 “오늘도 마지막이네요” 라고 인사하던 도서관 사서의 웃는 모습도 눈에 선했습니다. 제가 2년 6개월을 지냈던 기숙사 방을 둘러보기도 하고, 기도실에 들어가 후배들을 위한 기도문을 한글로 남겨 놓기도 했습니다. 학업을 마치고 총신대학원에서 가르친 10년 세월, 우리 교회로 부름을 받고 행복하게 섬겨온 지난 13년의 세월, 순간마다 돌아보니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지도 교수님과 미리 약속해서 만남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긴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인자한 형님처럼 저를 반겨주시는 허셜 요크 교수님과 타냐 사모님, 교수님은 학문의 가르침뿐 아니라 삶 자체로 목자의 삶이 무엇인지 보여주신 분이셨습니다. 논문을 챕터별로 다 쓰면 때로는 새벽 6시에, 때로는 밤 10시에도 집으로 찾아오라고 하신 교수님, 그 어떤 교수들에게는 찾아보기 어려운 특별한 애정과 배려를 쏟아주신 분이십니다. 교수님과 10년째 만남을 기념하기 위해 한국으로 교수님 부부를 모셨을 때를 떠올리며 자신들의 삶에 가장 소중한 추억이라고 말하는 한국에서의 삶도 나누면서 시간이 가는 줄을 모른 채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헤어지는 아쉬움을 표현할 수 없지만 우리가 다시 만나지 못한다 해도 영원한 나라에서 만날 소망이 있기에 얼마나 행복한 삶인가, 라는 교수님의 말씀이 아직도 가슴을 울립니다. 하나님 하늘에 계시고, 사랑하는 사람들 땅 위에 있으니 삶이란 한없이 아름답습니다.

여러분의 목사 류응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