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2일)
한 달 전 서든뱁티스트 신학교를 방문했을 때 도서관을 들어서는 순간 깜짝 놀랄 일이 있었습니다. 한때 백만 권이 넘는 장서를 자랑하며 미국 신학교 가운데 가장 많은 책을 소장했던 도서관의 서가가 대부분 비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종이책 대신 거의 모든 자료를 온라인으로 이용하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벌써 20년도 더 지난 시절이지만 생생하게 떠오르는 모습이 있습니다. 큰 책상 위에 수십 권의 책을 펼쳐 놓고 도서관 문이 닫힐 때까지 읽고 연구하던 시간들, 책 냄새와 조용한 열람실의 분위기는 제 젊은 시절의 소중한 기억입니다. 비워진 서가를 보며 마치 추억의 한 페이지가 사라진 듯한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그러면서 문득 제 서고도 한번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만 권이 넘는 책을 정리한다는 것은 단순히 책을 버리는 일이 아니라, 지나온 시간의 한 부분을 내려놓는 일처럼 느껴져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조금 단순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에 최근에는 옷장 정리를 시작해 보았습니다. 놀랍게도 10년 넘게 한 번도 입지 않은 옷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깨끗한 옷은 필요한 분들에게 도네이션하고, 아직 정리하지 못한 것들도 세탁해서 나누려고 합니다. 옷을 정리하다 보니 집 안 곳곳에 불필요한 물건들이 눈에 들어왔고, 더 나아가 제 마음속에도 정리해야 할 것들이 참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미니멀리스트란 단순히 물건을 적게 가진 사람이 아닙니다.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 그리고 더 소중한 것을 위해 덜 중요한 것을 기꺼이 내려놓을 줄 아는 사람입니다. 이 원리는 물건뿐 아니라 삶과 신앙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영적 미니멀리스트란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붙들기 위해 나머지를 내려놓는 사람입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삶의 중심을 하나님께 맞추는 사람입니다. 평소 제 삶의 모토가 있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와 나의 죽음을 생각하면 모든 것은 단순해진다.”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라는 질문 하나만으로도 삶의 우선순위가 달라지고, 무엇을 붙들고 무엇을 내려놓아야 할지가 분명해집니다.
예수님과 제자들은 가진 것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비교할 것도, 지켜야 할 것도 많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자유롭게 사랑하고 용서하며, 상처 입은 사람을 일으켜 세우고 복음을 전하는 일에 자신의 삶을 드렸습니다. 소박한 음식을 먹고 머리 둘 곳이 없어도 하나님의 평안을 누렸습니다. 저도 조금씩 영적 미니멀리스트가 되어 가고 싶습니다. 천국에 가져갈 수 없는 것이라면 지금부터 내려놓는 연습을 하고 싶습니다. 예수님을 기쁘시게 하지 못할 일이라면 너무 오래 붙들고 고민하지 않으려 합니다. 하늘의 기쁨을 아는 사람답게, 조금 더 단순하게, 조금 더 자유롭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영적 미니멀리스트란 적게 소유하는 사람이 아니라, 예수님 한 분으로 충분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목사 류응렬 드림

